[기자수첩] 경찰 ‘제식구 감싸기’… “가재는 게편(?)”

김시훈 기자(제주지역취재본부장)
김시훈 기자
shkim6356@segyelocal.com | 2020-07-03 00:02:56
김시훈 기자
최근 지역 경찰서에 고발인 조사 관계로 방문했을 때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찰서에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한 상가빌딩의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며 알선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편취한 브로커를 고발한 사건의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간 것이다.


경찰관의 안내로 조사실에서 앉아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던 중 조사 담당 경찰관(조사관)이 들어왔다. 그는 조사에 필요한 신원확인을 간단히 한 후 조사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고발인 조사는 순식간에 싸늘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것은 조사관의 고압적인 언행과 얼토당토 않은 질문때문이었다.

문제의 질문은 브로커를 고발하러 온 필자에게 조사관은 “당신이 브로커가 아니냐”고 물은 것이다.

이런 조사관의 말도 안되는 질문에 황당했다.

일반적인 조사관이라면 조사관 개인의 생각대로 묻기 전에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진술을 듣고 기록해 조사에 임한다. 그렇게 기록에 따른 공적인 의견을 개진(開陳)해야만 하며 질문에 조사관의 어떤 사견도 강조해서는 안 된다.

 

만일 조사관의 개인적인 감정을 사건에 반영해 조사하게 되면 진실이 가려지게 되고 그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강압적인 언행으로 고발인을 대한다면 고발인 입장에서는 공갈과 협박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공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경찰 공무원이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이에 고발 사건 조사 관련 상위 부서인 청문감사관실로 향했다.


감사관에게 “고발 민원인인데, 조사관에게 너무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 설명하러 왔다”면서 조사실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했다.

그런데 조사실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감사관이 한 말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감사관은 “조사관 본인에게 확인해 보기는 하겠지만 그가 발뺌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감사관이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가 이렇게 강압적이고 권위적이라면 선량한 민간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행동과 언행은 정부가 나서서 바뀌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했다.

청와대 국민신문고는 다른 기관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였지만 며칠 후 그 기대는 산산이 무너져 물거품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이유는 ‘가재는 게편’처럼 마치 ‘제식구 감싸기’ 같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신문고에 올린 청원이 경찰청으로 넘겨졌고 경찰청에서 다시 지방경찰청으로 전해지고, 또 지방경찰청에서 다시 해당 경찰서로 넘겨졌다.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다시 온 것이다.

하지만 동료가 동료의 비리나 잘못된 점을 조사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애들도 아는 기본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동료에게 처리를 맡기는 상급기관의 일 처리 방법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남의 아이보다 내 아이에게 더 엄한 교육을 하라’는 말도 있다.

행동에 잘못이 있어도 바로 처벌하지 않고 ‘내 아이니까’라거나 ‘내 동료라서’라며 느슨한 잣대를 댄다면 세월이 지난 후에는 그로 인해 반드시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경찰이라면 ‘가재는 게편’처럼 누가 누구의 편이 아닌 정의의 편에 서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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