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연의 법고창신] 여름 휴가

황종택 기자
resembletree@naver.com | 2021-08-02 07:57:22
휴가는 심신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금동서 옛사람들도 휴가를 즐겼다. 우리네 선인(先人)들도 그랬다.

“별채 정원 깊어 여름 돗자리 시원하고(別院深深夏簟淸)/ 활짝 핀 석류꽃 빛이 발을 뚫고 들어온다(石榴開遍透簾明)/ 나무 그늘 마당 가득한 한낮(樹陰滿地日當午)/ 꿈에서 깨어나니 때마침 꾀꼬리 소리 들린다(夢覺流鶯時一聲).”

중국 송나라 때 소순흠(1008~1048)의 시 ‘여름(夏意)’이다. 여름날 오후의 나른함, 낮잠을 자고 난 뒤의 한가함, 꽃과 풀과 나무와 꾀꼬리 소리가 더위를 몰아내는 정경이 살포시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처럼 아파트나 회색 빌딩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시를 보면 낯설 것이다.

여름휴가철이다.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가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연에서 몸·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주된 휴가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시끌벅적한 계곡, 사람들이 몰려 있는 바다 등지에서 땀을 흘려가며 놀이에 열중하다 집에 도착하면 피곤에 지쳐 쓰러진다. 그것이 진정한 휴가이고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레저생활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여름철의 행복한 휴가는 사색을 즐기며 수필집 한 권이라도 읽으면서 평강한 심령이 될 때 진정한 행복을 찾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한시 한 편을 더 감상하자. 남인으로서 조선후기 정계와 사상계를 이끌어간 인물인 미수 허목의 시 ‘옳음도 없고 옳지 않음도 없음(無可無不可吟)’이다. “한 번 가고 한 번 옴 늘 운수 따라/ 모든 다름 처음엔 너나 없으니/ 이 일에 이 마음에 모두 이 이치/ 누굴 옳지 않다 하고 누굴 옳다 할 수 있겠는가.(一往一來有常數 萬殊初無分物我 此事此心皆此理 孰爲無可孰爲可)”

서인의 거두 우암 송시열과 예악 논쟁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시비 논쟁에서 벗어나 결국 서로 옳다는 걸림 없는 삶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 직군 휴가 시기를 분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고 한다.
우리 문화와 관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국내 여행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상호 및 지방 관광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여하튼 열섬의 도시에 염증을 더해가는 여름, 선인들의 시심이 흐르는 산천과 마을로 휴가를 떠나 보자. 찌든 일상에 파묻혀 시들어 버린 우리의 빛나는 감성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휴식은 ‘재생의 기회’이다. / 칼럼니스트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