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민식·하준이법 시행…‘어린이안전사회’ 초석될까?

‘천신만고’ 국회 통과…스쿨존 사고 처벌 강화
‘해인‧한음‧태호-유찬이법’도 국회 넘을까 우려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1-03 08:26:24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어린이 교통안전 이슈가 경자년 새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다사다난했던 지난 2019년 기해년,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민식이·하준이·해인이·한음이, 태호-유찬이 등등 수많은 교통사고 피해 아동의 이름이 국민 의식을 제고했고, 이들 어린이의 이름을 딴 법 가운데 일부는 장기간 국회서 머물다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를 통과하며 2020년 경자년에 본격 시행된다.


올해 통과된 민식‧하준이법은 아동 교통사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및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스쿨존이나 비탈진 구역 등에서의 운전‧관리자 의식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해인이법’ 등 또 다른 어린이교통안전 관련 법안들이 새해 시행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준이법’ 통과 당시 하준이 부모는 “법이 통과됐지만 전혀 후련하지 않다”며 “아직 해인이, 태호·유찬이, 한음이가 남아 있는데”라고 말했다. ‘일하지 않는’ 국회를 향해 남은 법안 통과로 어린이가 안전한 사회를 완성해달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연말연시 여전한 음주운전 행태로 드러난 선진국 대비 밑바닥 수준의 운전자 의식은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특히 스쿨존에서 요구되는 각종 사회적 안전장치들은 이들 의식 성장이 동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 처벌만을 강조한 단기적 관점의 접근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된 이유다. 민식이법 시행을 두고 가해자 형량이 과중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자년 새해 우리 사회 어린이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민식이법 통과…가해자 최대 무기징역
주차장법 개정안…운영자, 고임목 설치

 

 

이른바 ‘민식‧하준이법’이 지난해 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0년 4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 한 스쿨존에서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졌고, 이에 앞선 2017년 10월 서울대공원 주차장 경사로에서 멈춰 있던 차가 굴러오는 사고로 최하준 군이 변을 당했던 사고들을 계기로 각각 개정안이 발의됐다.

 

먼저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향후 전국 1만7,000여 스쿨존에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필수 설치되며, 해당 지자체장은 이 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방지턱, 속도제한 및 안전표지 등을 우선 설치해야 한다.


이어지는 특가법 개정안은 가해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에 3년 이상 징역, 음주운전 등 ‘12대 중과실’을 저지른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민식이법이 통과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은 교통사고 위험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곳으로, 이 구역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속도를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해 서행해야 한다. 스쿨존에서는 차량 주차도 금지된다.

 
이 곳에서 과속을 하거나 부주의로 사고를 낼 경우 ‘12대 중과실’에 포함돼 피해자 합의 여부 등과 관계없이 처벌이 이뤄진다. 여기에는 무면허 운전이나 중앙선 침범 등도 포함된다.


이번 민식이법 통과로 시속 30킬로미터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해자는 최대 무기징역 등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일각에선 강간 등 강력범죄 가해자와 사실상 비슷해진 형벌 수위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고의’와 ‘과실’이라는 형평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실적 대책없는 무조건적인 운전자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과 아동보호를 위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주차장법 개정안, 즉 ‘하준이법’ 통과로 이제부터 모든 주차장에 차량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을 설치하고 주의 및 안내 표지 설치가 의무화된다.

 

文 대통령, “민식‧하준이법 계기로 어린이안전 강화해야”
정부-경찰, ‘어린이 교통안전’ 예산 및 인력 대폭 확대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민식‧하준이법’을 언급하며 아동 대상 교통안전대책 강화를 주문했고, 최근 경찰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경찰은 2020년 스쿨존 선정기준을 확대키로 했다. 기존 보호구역 반경 200미터 내에서 2건 이상의 아동 교통사고가 발생한 데서 향후 반경 300미터 내 2건 이상으로 기준이 넓혀진다.


또한, 스쿨존 내 경찰관 배치도 대폭 늘린다. 통상적인 출근길 교통정리에 동원된 경찰 인력 620명을 이 곳에 배치한다. 일부 사고 가능성이 높은 구역엔 하굣길에도 확대 배치된다.


경찰은 고질적인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핍으로 지적돼온 불법 주정차 단속에도 힘을 기울인다. 이 같은 스쿨존 내 불법행위는 사고로부터 어린이들의 시야를 가려왔다는 데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취약 시간대인 오후 2시~6시, 약 20~30분 단위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무인단속 장비도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민식이법’ 통과의 후속 조치로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예산을 1,275억 원 대폭 증액해 향후 3년 간 스쿨존 내 무인 단속카메라와 신호등 확대 등 관련 시설 설치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이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안 처리의 시급함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2019년 말 안타깝게 희생된 두 아이의 이름을 딴 법이 통과됐음에도 여전히 수년 간 국회서 잠만 자고 있는 또 다른 어린이안전법안들도 새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인이법’의 경우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되면서 기대감을 높인다. 어린이 안전 관련 부처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안전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이해인 양은 지난 2015년 4월 경기 용인 한 어린이집 앞에서 뒤로 밀린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으나 당시 어린이집 측 응급조치가 늦어지면서 결국 사망했다.


사회의 안전 부주의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 이름에 빚진 법안들은 또 있다. ‘한음이법’과 ‘태호-유찬이법’ 등도 여전히 20대 국회 계류 중이다.


이 중 ‘한음이법’은 지난 2016년 7월 광주 한 특수학교에 다니던 한음이가 통학 차량 안에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당시 동행 교사가 아이를 차량에 방치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로 지정(교육시설 출입문에서 어린이의 집까지)과 통학버스 동승자의 안전교육 의무화, 통학버스 정차 시 양방향 차로 진행차량 정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질적인 아동교통안전 대책이 포함됐음에도 3년 이상을 국회서 잠자고 있다.

 

‘지키지 못한’ 아이 이름 빌린 법…“여전히 표류”
“경자년 새해 반드시 이뤄져야” 목소리↑

 

‘태호-유찬이법’ 역시 새해 반드시 시행돼야 할 아동교통안전 법안으로 평가된다.


2019년 5월 인천 송도 한 축구클럽 승합차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 등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냈고, 당시 이 차량에 탑승했던 태호 군과 유찬 군 모두 세상을 떠났다.


노란색 차량색깔과 이를 통해 부모들이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인지했다는 사실 모두 축구클럽이 ‘사설’이라 법이 규정한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 대상에서 제외,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국민 공분이 일었다.


결국 ‘태호-유찬이법’의 쟁점은 어린이 통학버스 지정 대상의 범위 확대 여부로, 이 법은 어린이를 탑승시켜 운행하는 차량을 신고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이들 아동안전법안은 3년 이상을 20대 국회서 계류 중인 상태로, 이번 회기 통과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

20대 국회 회기 마감은 2020년 5월로 아직 4~5개월가량 남았지만, 현역의원들의 최근 총선모드 돌입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해당 법안들은 뒤로 밀린 상황이다.


아이 안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는 국회에 대한 지적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 법안 통과는 전적으로 국회 의지에 달렸다는 당연한 주장과 더불어서다. 후진적인 운전자들의 안전의식과 함께 이 같은 국회 행태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연말연시다.


‘흰 쥐의 해’ 경자년, 아이들이 최소한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기대하는 국민 성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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