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보여주는 일상의 소중함

박상원 데뷔 41년 만에 첫 모노극 ‘콘트라바쓰’ 공연
이재훈(뉴시스)
| 2020-11-14 08:30:53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H&H PLAY 제공)

 

헝클어진 머리, 성의 없이 기른 얼굴 수염, 대충 칭칭 동여맨 머플러…. 


무대 위를 바라보면서 열정적인 연기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반듯한 신사 배우 박상원(61·서울예대 공연학부 연기과 교수)이 맞나 싶다.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에서 박상원은 자주 객석에 말을 걸었다. 데뷔 41년 만에 처음 출연하는 1인극이다. '상대 연기자들을 통해 에너지와 힘을 얻는다'는 그가 외로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외롭기는 커녕 즐기고 있었다. 세계적인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바스'가 원작인 작품으로, 스스로 가둔 자신만의 공간에서 매일 투쟁하는 콘트라바스 연주자의 이야기다. 1981년 독일 뮌헨의 퀴빌리에 극장에서 초연됐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안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콘트라바스 연주자의 삶을 통해 소외받는 이들의 자화상을 그린다. 진한 연민을 예상했는데, 남다른 어감과 리듬을 부여한 박상원 식 병법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H&H PLAY 제공)

 

 

“연기자들 통해 에너지·힘 얻어”…외로움 아닌 즐기기

 

허한 곳은 실한 듯, 실한 곳은 허했다. 콘트라바스는 태초의 악기이며 모든 악기의 기초를 잡아준다고 자긍심을 드러날 때 비움의 페이소스가 느껴졌고, 좋아하는 소프라노 '사라'가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고 망연자실 할 때 감정이 꽉 찼다. 이에 ‘박상원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연기는 더 매서웠다. 여유와 박자감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사실 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여백을 채우는 몸짓과 춤이다. ‘콘트라바쓰’에의 삶, 음악뿐만 아니라 힘겨운 인생과 부딪히는 육체도 존재한다는 걸 박상원 때문에 알았다.

무엇보다 관객 감정의 봉우리를 점령하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것이 아닌, 산책하듯 관객 감정의 요철을 피하며 어그러지고 상처받은 객석의 마음을 살피는 솜씨에 역시 프로라는 생각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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