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일자리 상실…위기 극복 지혜 모을 때다

황종택 주필
| 2020-04-02 13:56:18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이다. 안팎곱사등이 처지다. 

제조·유통·서비스업 등 전 업종이 붕괴 직전이고 영세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절규하고 있다. 

수출도 위기다. 그러잖아도 경제 체질이 약화돼 있는 실정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공장 가동은 멈추고, 폐업이 이어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선 4월 업황 전망이 전월보다 17.9포인트 낮은 60.6에 그쳤다. 대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BSI 조사에서 4월 전망치가 59.3으로 전월보다 25.1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락 폭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이래 최대였다. 

최악의 경기 부진이 몰아치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가 1일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초저금리 대출을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위기 인식에서 나온 조치일 것이다.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기업·중견기업도 줄도산 공포에서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월 자동차 생산은 27.8% 급감했고, 항공 여객도 42.2%나 줄었다.

경제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중소 하청업체들도 온전할 리 없다.

정부는 파산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을 돕는 긴급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

대출을 두고 대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마스크 대란’ 때 같은 살풍경이 이어진다. 

전국 62개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역센터와 은행마다 신청자로 수백 미터 장사진을 이룬다. 

대출 신청조차 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고, 신청해도 한 달씩 보증 승인을 기다린 뒤 실제 대출받기까지 또 한 세월이다.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말해 준다. 

‘매출 절벽’에 임대료·인건비는 꼬박꼬박 줘야 하니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선 심정일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전국 3,464개 가맹점을 조사한 결과 97.3%가 매출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멍든 소상공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줄 폐업 위기로 내몰리는 것이다.

재정 건전상과 재정 효율성도 과제다.

정부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월 소득 712만 원 이하인 1,400만 가구가 대상이다. 9조1,000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등에는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의 납부를 유예·감면해 주기로 했다.재원 마련과 효율적 배분이 과제다. 

국가가 나서서 어려운 계층을 도와야 한다.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을 위한 10조원대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결과 마지노선인 40%선을 크게 넘어섰다. 

2차 추경의 재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그것으로 모자라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울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충격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인해 나랏빚은 늘고,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하는 사태를 피하기 힘들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기반을 허무는 적자국채 발행은 더 큰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잃게 한다.

그런 점에서 가구소득 월 600만∼700만 원의 중산층 가구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려야 하는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문 대통령은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라면 지원을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것이 옳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역·기초 지자체들은 이미 너도나도 현금 살포에 나섰다. 대부분 빚을 낸 현금 살포다. 

이런 식으로 재정을 빚더미에 올려놓아도 되는가.

정부는 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빚을 내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올해 예산 519조 원 중 불요불급한 예산을 코로나 예산으로 대거 전용, 재정 투입의 효율을 제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나랏빚은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물론 돈을 푸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이다. 

경제를 살리자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근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주52시간제 예외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은 기업 체력을 키우기 위해 시급하다.

‘규제 일시동결’ 주장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제 주체인 기업의 발목을 묶어놓고 어떻게 위기 극복을 바라는가. 

정부가 기업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돈만 뿌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미증유의 글로벌 경제 위기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한 마음으로 위기 극복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아울러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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