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탄스런 ‘농(農)피아’ 부패구조

편집부 기자
| 2017-09-04 09:12:52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들이 친환경 인증을 맡게 돼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끊어줘야 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농축산 분야 전·현직 공무원들이 마피아처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농(農)피아’다. 개탄스런 일이다. 총리가 정부기관 사이의 부정한 유착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마피아는 범죄조직의 대명사다. 그런데 마피아란 말이 작금 한국에선 다른 단어와 결합돼 한 집단과 관련 인사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굴레를 만들었다. ‘모피아(Mofia)’가 대표적이다.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모피아는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위직 인사를 독점한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마피아라는 어감이 덧칠해지면서 마피아식 패거리 문화, 강요나 강압, 불법적 이권개입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까지 겹쳐졌다. 이후 모피아는 ‘관(官)피아’, ‘교(敎)피아’, ‘세(稅)피아’ 등 각종 합성어를 만들어내면서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데 종종 이용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공직자들이 해양 관련 산하단체 책임자급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부패 커넥션을 구성, 참사의 원인을 제공하는 온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비판을 받은 건 대표적 사례다. 공직자 출신이라도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었다면 경험·경륜을 사회를 위해 펼칠 기회를 주는 게 옳은 방향이다. 일부 일탈 공직자들의 부패 연루로 인해, 관료 출신 인사라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조직을 위해 필요한지, 능력은 어떤지 등과 같은 기본적 평가요소조차 따지지 않고 일단 배제하게 됐다. 물론 관피아로 통칭되는 부패 연루 전·현직 공직자들의 도덕성 회복과 엄중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공직자 비리 유형은 갖가지다. 직접적인 수뢰와 향응은 진부한 형태다. 고질적인 행태 중 하나는 민관유착 비리다. 이른바 마피아적 관료, 관피아다. 현직에 있을 때 퇴임 후 일자리를 위해 인허가 및 관리감독 권한을 무원칙하게 적용하곤 한다. 행정재량권의 오남용이다. 퇴직 관료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동료·후배 공직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관피아를 척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직에 있는 공직자의 공사(公私) 분별의식이 중요하다. 부당한 명령이나 로비에 흔들리지 않는 공직자상이 요청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뇌물·접대·외유 제공 등에 눈 돌리지 않고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청백리 정신의 구현이다.

 

우리 선조 청백리들이 지켰던 공직윤리는 자신의 인격을 닦고 백성을 다스린 수기치인(修己治人) 정신이었다. 백성을 위한 봉사정신은 개인적인 생활철학이자 공직자의 윤리관으로 확립된 것이다. 또한 기득권층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태엔 과감히 거절하고 비판했다. 그러한 정신 복원이 요청된다.

 

사실 우리 사회 대다수의 공직자들은 성실함과 사명감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과 비리가 대다수 청렴한 공직자들까지 매도당하게 하고, 전반적인 공직기강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법이 엄정해야 한다. 법은 목수가 나무를 재단할 때 쓰는 먹줄과 같다. 사람 따라 법 적용이 다르지 않고,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하되 일벌백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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