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쏘아올린 ‘행정수도 이전’ 갑론을박 지속

여 “균형발전 차원…장기 관점 필요” 주장
야 “부동산때문 수도 이전?…무리수” 맞서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8-10 09:26:34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밝힌 이후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달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뒤 정계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여당에선 국민 여론에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세종시 이전 논의에 집중, 이슈 선점을 위한 야당과의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박정희‧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행정수도 이전 관련 발언은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인 ‘수도’를 옮기겠다는 문제는 수많은 사회적 합의와 숙고를 거쳐야 하는 만큼 분명한 장기적 과제 중 하나다. 


수도권 과밀화 등 이미 가시화된 국가 불균형 상황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불가피한 시대적 과제는 당시 노무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정쟁에 희생되며 결국 좌절된 바 있다. 


10년이 훌쩍 지나 최근 김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국회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이번만큼은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을 놓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문제는 야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제안이 부동산가격 폭등 등 현 정부 정책실패를 가리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취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민을 중심으로 국민 여론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누리꾼 사이에선 “전 국토가 균형 발전되려면 20년마다 수도를 옮기면 되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최근 여당에서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꾸려 수도 이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 논란은 확산 일로에 놓였다.

 

2004년 위헌 판결특별법 제정해 돌파?

서울=경제수도세종=행정수도수도의 로컬화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국회·청와대의 세종 이전은 지난번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의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며 “이제 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이 ‘과연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4년 헌재는 당시 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안을 ‘위헌’이라고 결론지었다.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헌재는 ‘서울=수도’라는 명제를 관습헌법적 사안으로 봤다. 성문헌법에 담기지 않은 일부가 관습헌법으로 다뤄질 수 있으며, 특히 서울이 수도란 사실은 조선왕조 개국 이후 600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내용은 ‘경국대전’에 실려있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관습헌법도 헌법이기 때문에 수도를 옮기기 위해선 개헌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같은 헌재 결정을 두고 당시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학계‧법조계를 중심으로 관습헌법 존재 자체에 의구심을 드러냈고, ‘서울=수도’라는 관행도 헌법적 당위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커졌다. 


‘경국대전’ 인용과 관련해서도 여기에 규정된 수도 ‘한성부’는 현 시대 서울 영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있다고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등 한동안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일각에서 헌재가 현 시점에서 판단한다면 행정수도 이전 ‘합헌’ 결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행정수도 이전을 하기 위해선 국회가 이런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시행하면 된다는 의견이 높다. 다만 법안 명칭에 따라 개헌의 필요성도 예상된다.

 

서울의 과밀화 현상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이 출범한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은 개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야당은 물론, 국민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일주일 만에 추진단이 꾸려질 정도로 여당 내 공감은 폭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도권 인구 50% 집중’ 현상을 비판하는 여당은 ‘경제수도 서울’에 ‘행정수도 세종’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 반열에 오르긴 위해선 서울은 경제중심 도시로 지금과는 또 다른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여당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야당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정치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해결해가는 방법이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야가 합의하거나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최초 제안 당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부동산 문제 해소의 일환’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정쟁이 발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행정수도 이전 사안이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여당 스스로 정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는 여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정책 이슈 전환으로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 ‘부동산정책 실패’가 꼽히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핀셋’ 형태로 이어지면서 정책 발표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이른바 ‘두더식 잡기’식 정책에 대한 거센 반발의 여론이 일었다. 실제 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제안 직후 세종시 아파트값이 수직 상승하는 등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비전 자체가 흔들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민주당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에서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해 꺼낸 카드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부동산 폭등 국면 전환용야당 맹공

서울시민 냉담여론 설득도 과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문제기 때문에 위헌성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수도권 과밀 해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 세종에 내려온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 중 다수는 여전히 서울에서 통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 집값을 자극하는 역효과도 낳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으로 세종시가 떠올랐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변수로 떠오르며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실제 세종시 아파트값은 작년 3.6% 하락세로 바닥을 기다가 올 들어 무려 28%를 넘어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안 그래도 미친 부동산 가격인데 (행정수도 이전 이슈는) 치솟는 세종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국회‧청와대 등을 세종시로 이전 논의하자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며 지난주 세종 집값은 3%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이번주 역시 2.77% 뛰었다. 전셋값도 올 들어 최고인 2.41%를 넘어섰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집값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이유다. 

 

여당 일각에선 청와대국회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전경.

게다가 국민 절반은 행정수도 이전에 회의적인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이전’ 관련 의견을 물은 결과 ‘서울시 수도 유지’ 응답이 49%, ‘세종시 이전’ 42%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3%) 9%는 의견을 유보했다.


특히 ‘서울시 유지’ 응답은 서울(61%)에서 압도적으로 높았고 ‘세종시 이전’의 경우 광주·전라(67%)와 대전·세종·충청(57%) 등에서 많았다.


그럼에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단기간에 달성될 정책 목표가 아닌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을 둘러싼 일시적 정쟁이 아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는 여론도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는 서울에 20%, 범위를 넓혀 수도권에만 절반이 몰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촌 등 지방지역에선 수확기마다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도시에선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교통 혼잡, 부동산가격 폭등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농촌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농촌에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식량안보’ 관점에서도 심각하다. 


행정수도 이전의 실행을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수도 이전은 국가 백년대계 중 하나인 만큼 실행 단계 하나하나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지난 헌재의 위헌 판결에 대한 명확한 대안 마련과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합의 도출은 필수다. 특히 현재 여당이 야당과의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그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강한 역풍도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우원식 단장은 지난 4일 “특별법, 국민투표, 개헌, 그 어떤 것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특위 구성을 통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통합당에 촉구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부동산 이슈만으로 축소되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방분권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이 어느 새 글로벌 사회 상식으로 통용되는 만큼 더 길고 넓은 관점으로 지켜볼 필요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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