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리적 단계 밟아야 할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편집부 기자
| 2017-10-16 09:33:04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는 최소화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는 무기계약직을 비롯한 비정규직 종사자의 정규직화는 긍정 평가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들도 정규직 전환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노사합의로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 노조 등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에 나서라’며 촉구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연수, 휴가, 복지, 대우,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는데도 공공기관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곤 한다. 직무특성과 근속이 반영된 합리적 임금체계와 복리후생을 적용하는 등 정규직 전환 필요성이 있다. 영양사나 조리사 등 40여 개 직종에서 일하는 지역 무기계약직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실과 당위성이 이렇기에 일부 공공기관은 무기계약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후유증을 걱정하는 여론이 작지 않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의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조건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추가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늘어난 정규직에 대해 필요한 경우 해고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실현되기 어렵거나, 실현되어도 비정규직의 일자리만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정규직화의 ‘역풍’이다.

 

무기계약직은 대체로 정년까지 고용은 보장되지만 임금이나 수당, 복지는 일반 정규직보다 떨어지는 고용 형태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보다는 고용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올려주지 못하면서 고용의 경직성만 키울 우려가 큰 것이다.

 

무기계약직의 실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연봉이 낮고 근로조건 역시 비정규직에 가깝다. 일부 기관의 무기계약직은 급여도 근무연수에 따라 인상되는 호봉제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중규직’이라고 부를 정도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계약직이 근무한 97개 공공기관(기타 공공기관 제외)의 무기계약직 1인당 평균 연봉은 4084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관의 정규직 1인당 연봉 평균은 6890만원으로 무기계약직보다 2806만원 더 많았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1인당 연봉 격차는 최근 확대 추세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기관이 무기계약직을 업무·임금·승진 등에서 차별을 두기 위한 방편으로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의 형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정규직 전환을 통해 일자리의 질, 나아가서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취지와 대치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사례를 보자.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5만여 명의 비정규직 8개 직종 중 1000명가량의 유치원 2개 직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교육부문에선 정규직화를 원하는 기간제 교사와 그로 인한 임용절벽 사태를 우려한 교사 지망생 사이에 노노(勞勞) 갈등만 초래하고 끝나는 셈이다.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공약이라도 꼼꼼히 재검토를 한 뒤 시행해야 하는데 취임 후 4일 만에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부작용과 후유증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서둘러 정책부터 발표한 탓이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에 관해 합리성에 근거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불만 질러놓고 구경만 하는 정책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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