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9 추석 풍속도 변화…“짧은 연휴에 혼추족 부각”

1인 가구 증가·명절인식 변화…재래시장 등 ‘전통 지키기’ 노력도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19-09-10 09:34:57
▲ 매년 추석 명절, 이른바 예매 전쟁으로 불리는 귀성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홀로 추석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민족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한가위’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역시 1인 가구 증가 및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명절 인식 변화 등의 요인으로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여러 통계 결과에서 밝혀졌듯 2030세대 청년층의 명절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장기간 경제 불황에 따른 일자리 부족으로 파생된 실업 문제와 이에 맞물린 결혼 포기 등등의 요인은 추석 명절 가족‧친지로부터의 스트레스 1순위로 꼽혀온 지 오래다.


따라서 최근 번진 ‘워라밸’ 현상과 함께 북적북적한 일상을 떠나 ‘나만의 힐링’을 꿈꾸는 명절 전반 인식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추석 풍속도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 가운데,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연휴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도 ‘혼추족’ 트렌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추석 우리 사회 곳곳에선 짧은 연휴와 이른바 ‘혼추족’ 등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과거 대비 색다른 볼거리‧즐길거리‧먹을거리가 각각 반영된 각종 명절 이벤트들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또 다른 일각에선 사회 전반적인 명절 정서를 고려한 ‘전통 지키기’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편집자 주 

 

추석, 가족 간 안부·덕담 등 화합의 장

현대 들어 본래 의미 퇴색워라밸강조  

 

삼국사기에 따르면 추석, 즉 한가위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인 신라 시대 3대 유리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솔가’를 창작한 유리왕은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산업을 장려했고, 이중 ‘길쌈’이란 행사가 현재 추석의 기원이 됐다는 것이다.


유리왕은 당시 길쌈 장려를 위해 6부 부녀자를 대상으로 8월 15일까지 ‘내기 경쟁’을 시켰고, 그 결과 진 편에서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 등을 대접케 했다. 이에 온갖 푸짐한 음식을 둘러싸고 둥글게 앉아 춤과 노래를 즐겼는데 이를 두고 ‘가배’(현재 한가위)라고 불렀다.


서라벌 시대부터 전승된 추석은 각 시대를 거쳐 변화하면서 요즘엔 각 가정마다 조상에게 차례와 성묘를 지내고, 오랜 만에 모인 일가 친척 간 안부와 덕담을 주고받는 형태로 계승‧발전했다.


하지만 산업 근대화 시기를 거쳐 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의 추석 풍속도는 송편을 즐기고 있다는 점 외에 과거와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격변한 상태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선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전반적인 물질적·정서적 변화가 뒤따르면서, 달맞이를 하고 강강수월래 등을 즐겨온 ‘전통적’ 의미의 추석 명절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2019년 추석, 우리 사회 내 벌어지고 있는 명절 인식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즐겁고 행복한 게 당연했던 추석 명절은 이제 가족·친지들의 취업이나 결혼을 묻는 안부 인사에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는 푸념이 여기저기 들린다.


예년 약 7일 간 주어졌던 데 비해 올해는 추석 연휴가 4일로 짧게 주어졌다는 점에서도,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으로부터 해방되길 원하는 ‘혼추족’을 중심으로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명절 인식이 급변한 국민 정서가 여과없이 반영되는 산업계, 그중에서도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의 올 추석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이른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바라는 소비자 욕구에 맞춘 호텔업계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명절 연휴 기간 주로 해외를 찾던 사람들이 짧아진 추석 영향으로 여행 느낌을 즐길 수 있는 호텔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서울을 비롯한 국내 주요 특급호텔 예약률이 예년 대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서울 광진구 소재 워커힐의 경우 8월 말 기준 연휴 기간 예약률이 작년에 비해 66%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구 소재 더플라자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20%가량 올랐다.


서울 신라호텔도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온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는 등 크게 변화한 추석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제주에서도 서귀포 소재 해비치 호텔&리조트가 내놓은 추석 관련 상품이 작년 대비 빠른 속도로 판매되면서 완판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전반에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추석 기간 ‘혼추족 모시기’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특히 전자상거래 업체의 오픈마켓과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통한 추석 이벤트가 활성화된 모습이다.


‘혼추족’ 맞춤형 이벤트로 11번가는 ‘나 홀로 명절관’ 카테고리를 신설했으며, 이베이코리아는 외국인 대상 ‘한수 위 기획전’을 진행한다. 쿠팡 역시 ‘2019 추석 기획전’으로 일부 상품의 최대 20% 할인 마케팅을 진행한다.

 

트렌드 민감한 유통업변화한명절 인식 투영

오프라인 막론, ‘혼추족 모시기업계 경쟁 치열

 

오프라인에선 주로 1인 가구 방문이 잦은 편의점들이 ‘혼추족’을 위한 추석 도시락 상품 판매에 열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명절 연휴에 임박해 ‘귀성 포기자’들을 위해 12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신동진 쌀밥 한정식’ 도시락을 내놨다. GS25는 9개 반찬의 ‘한상가득 도시락’을, 세븐일레븐 역시 ‘한가위 도시락’ 등을 기획했다.


특히 명절 기간 1인 가구들의 ‘편의점 도시락’ 사랑은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CU에 따르면 명절 기간 도시락 매출은 2014년 24.3%에서 출발해 2015년 45%, 2016년 176.4%로 크게 올랐으며, 지난해의 경우 32.9%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편의점도 유사한 매출 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명절 기간 ‘전통 재래시장’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상당하다. 서울시 등 광역단체는 물론, 광진구 등 기초단체까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비자들의 전통 재래시장 유입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 총 132곳의 전통시장에서 최대 80%까지 할인율을 적용해 제사용품과 농수산물 등의 판매를 진행한다. 종로구 소재 광장시장과 중구 신중부시장, 중랑구 동부골목시장 등이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송파구 소재 문정동로데오상가에서는 의류·신발 등 추석빔을 최대 80%까지, 동대문구 청량리종합도매시장과 송파구 방이시장에선 축산물과 과일 등을 최대 50% 낮춰 판매한다.

 

서울대구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석을 맞아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석 맞이 ‘전통시장 활성화’ 노력은 서울 이외에도 대구·광주 등 광역시와 서울 금천구 등 자치구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혼추족’도 수용 가능한 각종 추석 관련 전통문화행사들이 최근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만큼 ‘재래시장’을 포함한 ‘전통 지키기’ 행보는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속되는 모습이다.


우선 문화재청은 추석 연휴 기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4대궁·종묘와 조선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 중인 종묘는 명절 기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추석 연휴에 고궁·왕릉 등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다양한 전통문화행사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경복궁에선 ▲대취타 정악과 풍물연희를 공연하는 ‘고궁음악회’ ▲궁중 약차와 병과를 시식할 수 있는 ‘생과방’ 체험 등이 마련됐다.


창덕궁엔 ▲봉산탈춤과 줄타기, 풍물굿판 등의 ‘창덕궁 추석행사’가 마련된 가운데, 덕수궁은 ▲전통춤 공연 ‘덕수궁 풍류’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의 외국공사 접견 장면을 재현한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등을 준비했다.


창경궁에는 상시 야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고궁음악회와 ▲궁궐에 내려온 보름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별도 공간도 마련됐다. 종묘에선 ▲해설과 함께하는 종묘 모형 만들기 체험이 15일 하루 진행된다.


또 제기차기와 투호, 윷놀이, 팽이치기 등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통놀이도 눈길을 끈다. 추석 민속놀이는 덕수궁과 경기 여주 소재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 마련된다.

 

전국 각지 추석전통문화행사 즐비

혼추족수용 가능한 명절 행사 눈길

 

이어 한국민속촌은 ‘추석이 왔어요’ 이벤트를 통해 연휴 기간 풍성한 놀이 공간을 제공한다. 이 곳에선 12~15일 추석 명절 내내 ‘성주고사’와 ‘송편빚기’, ‘제사상 차리기’ 등 추석을 대표하는 풍습 체험 이벤트가 마련된다.


특히 한복 착용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명절 기간 한복을 입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유이용권 할인 행사도 진행된다. 장신구 노리개를 만드는 체험 등도 이뤄진다.


서울 중구 소재 남산골 한옥마을에선 ‘체험형’ 추석 전통행사가 열린다.


연휴 기간 중인 12일부터 3일 간 ‘추석의 정석’이란 제목의 전통 공연 및 체험·먹을거리 관련 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세대를 거치면서 점차 잊혀져가는 추석만의 세시풍속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추석 명절 차례를 지내는 등 과거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호캉스를 비롯해 일상을 벗어나 나만의 힐링을 원하는 세대 변화가 이뤄진 가운데, 한국 특유의 전통적 문화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운데 추석 당일인 13일로 예정된 세시놀이 ‘소 놀이’가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소를 중심으로 한 해 농사 풍요를 즐겨온 선조 모습을 놀이 굿 형태로 재현한다. 이 공연 이후에는 농사 수확의 기쁨을 표현한 ‘단심줄 놀이’가 이어진다.


14일 ‘전 페스티벌’도 예고된 가운데, 이 곳에선 총 15종의 다양한 전통 전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같은 날 새로이 단장한 ‘1890 남산골 야시장’도 재개장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도 음악을 통한 추석 맞이 이벤트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13일부터 이틀 간 ‘팔도유람’ 공연을 진행, 전국 민속음악은 물론, 민속놀이까지 관람객에게 색다른 명절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국립국악원은 올해 추석행사에 전국 민속음악과 놀이, 민간풍습을 한 데 모아 공연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추석 명절의 전통적 의미를 소개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결국 올해 추석은 시민들의 명절 인식 변화에 기반한 ‘혼추족’ 증가, 그럼에도 전통문화를 지켜나가자는 지속적인 노력 등이 혼재되면서 트렌드가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족 갈등’과 ‘심각한 교통체증’을 이유로 추석 차례상을 설 명절에 몰아 지내는 등 급변하는 명절 문화가 세대 간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가족 시대, 다양한 여건상 온 가족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커졌음에도 추석마저 건너뛰는 현상이 자주 발견되면서 자칫 ‘정(情)’을 강조하는 우리 고유의 긍정적 ‘가족 문화’가 후손 세대에 단절되는 등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양한 여건상 온 가족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란 장벽이 높아졌음에도 추석이란 대명절마저 건너뛰는 현상이 자주 발견되면서 자칫 ‘정’을 강조하는 우리 고유의 긍정적 ‘가족 문화’가 후손 세대에 단절되는 등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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