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장(家族葬)의 모순

순남숙 예지원 원장
순남숙
| 2020-01-06 10:03:49
▲장례문화의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분묘보다 납골당 또는 수목장 등의 자연장으로 장례를 치루는 가족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세계로컬타임즈 DB)

 

▲순남숙 예지원 원장
이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그 죽음을 진행하는 절차나 법도는 그 시대의 가치관, 삶의 양식 등 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가 주관해 이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전통사회에서는 고인과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고인의 생전 활동, 업적 등에 따라 국가 혹은 소속된 단체에서 주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장례의 방식을 국가에서 주관을 할 때는 국민장, 회사가 주관할 때는 회사장, 기타 고인의 활동이나 업적에 따라 이름을 붙여 시민사회장, 사회단체장이라고 한다. 

가족장은 본래 우리의 상장례 형태였으나 이런 단체장이 생기면서 그것과 구분해 만들어진 말일뿐 장례의 절차나 규모를 한정하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65년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이승박 박사의 장례는 가족장이었다. 하지만 그 절차나 규모는 국가장 못지 않았다. 

상장례는 가정의례의 한 부분으로 가정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의례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그 의례의 시행에는 넘침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에 쓰여진 각종 예서(禮書)에서 조차도 검소하게 치를 것을 가르치고 있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은 가정의례준칙을 반포해 가정에서의 합리적인 의례 시행을 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그 가정의례준칙은 해당법령의 폐지와 함께 폐지됐지만 건전가정의례의 정착과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정된 건전가정의례준칙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그 내용면에서 큰 테두리만 있을 뿐 사실상 각 가정의 재량에 의지하고 있어 의례의 실천과 이해에 있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준칙이 있는 것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가정의례는 가정이라는 범주를 배경으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치고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하는 생활문화서 의미가 있지만 최근에 그다지 세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정에서의 의례는 가족제도, 가정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에 따라 그 절차도 방법도 형식도 당연히 바뀔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의 가정의례 기본정신은 전통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 형식은 현대사회의 삶의 양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그 형식과 내용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혼례도, 상례도 모두 가족 중심으로 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종교단체에서도 항상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과 친하게 지내라고 배운다.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같이할 줄 아는 인성을 말한다. 이웃의 가장 큰 슬픔이 무엇일까?

역시 상례가 아닐까 싶다. 

혼례에는 안가도 상가는 가야 한다는데 이웃으로서는 당연히 찾아가서 위로하고 일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촌(寸)이라고 하는 것은 가족관계에서의 친소(親疎)의 정도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으로서 부모와 자녀가 1촌이고 고조(高祖)를 공동조상으로 하는 형제항렬이 8촌이다. 

그러고 보면 4촌은 상당히 가까운 사이다. 그런데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이웃이 사촌이라니...

이는 이웃과 사촌처럼 지내는 사람이 많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웃과 4촌처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권장의 의미도 갖고 있다. 

현대사회는 혈연중심의 커뮤니티, 즉 가족제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인간관계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이 지났어도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난다. 

고향을 떠난지 60년이 지났어도 향우회를 조직해 모임을 갖는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취미, 가치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이들의 친한 정도가 전통사회에서의 7·8촌의 가족관계보다 못 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현재 국가와 지자체는 이런 커뮤니티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일이 닥쳤을 때의 가족은 혈연으로 할 것을 권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모순은 제도와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모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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