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소리만 높이다 ‘맹탕’으로 끝난 국감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17-10-30 10:34:40

‘소리만 요란한 국정감사’였다는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이달 말까지 3주간 일정으로 지난 12일 본격 돌입한 국감은 내일 마무리된다. ‘적폐청산’, ‘무능심판’ 등 국감을 앞두고 여야가 외친 구호와는 달리 대형이슈는 실종된 채 ‘맥 빠진 국감’이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국감 전부터 ‘적폐’, ‘신(新)적폐’ 등 프레임 전쟁에 몰두하더니 국감 땐 목소리만 높이고 난타전만 이어갈 뿐 이렇다 할 추가 이슈 발굴 등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북한 핵과 미사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상징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에다 가중되는 민생의 어려움에 처한 우리 현실에서 국감은 국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이다. 국감은 행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의 감시활동이라는 점에서 여야 정당을 떠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회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야는 기대 이하였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는 주제는 ‘적폐청산’이었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국감으로 규정했다. 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맞불을 놓았다. 의혹에 대한 반박 수준을 넘어 문재인 정부를 ‘신(新) 적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해 반격에 나섰다.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아닌 여야 간 정쟁(政爭)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국감 때면 큰 관심을 모으는 증인 출석도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시도됐다. 실제, 국방위원회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시도했으나 여야의 합의 실패로 무산됐다. 환경노동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정의당이 4대강 사업 및 방송장악 의혹 등과 관련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과방위의 핵심증인이었던 MB정권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은 모두 국감에 불출석했다. 올해 정기국회부터 도입된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의 취지를 살려 무분별한 증인 신청과 채택에 신중을 기하길 기대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시스템도 바꿔야겠다. 내용은 차치하고 올해 국감은 시스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하루에 수십 개의 기관을 몰아서 국감을 벌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9일 36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내실 있는 국감’이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았다. 이러니 처음부터 여당이든 야당이든 의지가 없어 ‘맹탕 국감’이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되지 않는가.

 

정치혁신 차원에서 피감기관 수와 증인 수를 제한해 국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예컨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회사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통하거나 필요할 경우 관련 법안 손질 등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회에서 대기업 경영진을 호출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여하튼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여야는 바로 보아야겠다. 생산적 국감을 위해 정치권은 기본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부터 버리는 게 요청된다. 공부하지 않은 의원일수록 호통부터 치고 본다는 걸 국민은 안다. 그런 구시대적 행태로는 선진의회 정치 구현은 백년하청이라는 사실을 의원들은 직시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은 전문화 시대, 국민의 의식수준이 자신들을 앞서가고 있다는 현실에 눈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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