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최악 전세대란’…정부 불신 뇌관 되나

지방‧광역시까지 번진 전셋값 급등 ‘들썩’
공공임대 물량 확보 관건 “대책 미지수”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11-19 10:35:2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전국 전셋값 안정을 주문하는 등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정부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말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며 “국민의 주거안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해 신혼부부‧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임대차 3법을 조기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시장 흐름은 이 같은 대통령 발언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긴 한 것이냐’는 취지의 볼멘 소리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민간부문 부동산 분석기관은 물론 정부 산하 한국감정원 통계에서조차 전세수급 관련 수치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대란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상황은 이보다 더하다는 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전세대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세 공급물량 확보가 관건이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거듭된 규제가 잇따라 당초 기대에 어긋났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들이 떠안은 양상이다.

특히 전세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매매거래 가격까지 서서히 오름세를 타면서 이 같은 ‘전세발 위기’는 이미 전국으로 퍼진 상태다. 기존 예정보다 하루 늦어진 정부 대책 발표가 이같은 깊은 고심을 방증한다. 

결국 전세 공급물량을 정부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위기를 잠재울 핵심 관건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이에 대한 ‘묘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세난 지친세입자, 매매시장으로

사상 최악전세관련 통계 수치 


최근 각 기관에서 발표 중인 전세수급 관련 통계수치가 사상 최악으로 기록돼가고 있다.


지난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2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난’ 심화가 지속 중인 가운데 민간전문기관이 집계한 전세수급지수는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장의 수요-공급 등 균형상태를 해석하는 이 지수는 이미 190p를 넘어섰으며 최대값인 200p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p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월 193.7p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로, 전년 동월 148.7p보다 28.5%나 뛴 수치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각각 의미한다. 전세 수급이 균형 상태일 때는 100, 최대값은 200이다.


지역별 전세수급지수를 살펴보면 대구가 197.1p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어 ▲광주 196.1p ▲경기 195.7p ▲인천 194.1p ▲서울 191.8p 순이었다. 


이처럼 ‘전세 품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도 뛰고 있다. 


지난달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20.6% 상승했으며 ▲대전 20.5% ▲서울시 17.2% ▲울산시 16.2% ▲충남 9.0% 등이었다. 

 

최근 발생한 전세대란에 주택 매맷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격과 별 차이가 없게 되자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 시장으로 돌아서며 매맷값마저 빠르게 오르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매매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비규제지역인 김포시 ‘풍무푸르지오’ 전용 84C㎡형이 지난달 18일 7억5,900만 원(26층)에 거래됐다. 6월 당시 호가는 5억5,500만 원(6월13일‧19층)으로, 이는 4개월 동안 무려 2억 원 가량(36.8%) 오른 셈이다.


또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대우마리나1차’ 전용 84㎡형의 경우 지난 9월 12억5,000만 원(7층)에 팔렸다. 이 주택형의 6월 최고 거래가격이 9억2,000만 원(11층)인 점을 감안하면 석 달새 무려 31.6%(3억3,000만 원)이나 올랐다.


정부 유관기관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로 2013년 10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주 0.10% 안팎으로 상승하다가 지난 8월 첫째 주 0.20%로 치솟았다. 


특히 7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폭까지 커졌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라 전주(0.12%)보다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역시 전주 0.23%에서 지난주 0.25%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매맷값까지 자극한 전세난은 최근 서울‧수도권을 넘어 지방‧광역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지방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9%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전주(0.23%) 최고 상승률 기록을 불과 일주일 만에 갈아치운 셈이다. 


이런 지방 전셋값 상승세는 대도시·광역시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가 0.82% 올라 통계 집계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부산의 경우 지난주 0.35% 역대 최고 상승률 수치를 보였다. 울산의 경우 0.56% 올라 전주(0.60%) 대비 소폭 상승률이 꺾였으나 이마저도 지역에서 역대 2번째 상승률이었다. 


그간 부동산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강원도가 같은 기간 0.3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북 전주의 전셋값도 같은 기간 0.32%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을 세웠다.

 

정부, 전세난 대책 발표“2년간 114천호 공급

단기적 대책만으로 전세대란 잠재우기 어려워 

 

이 같은 전세난 심화의 배경에는 전세 수요-공급의 미스매치, 즉 공급량 절대 부족이 자라잡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과 다주택자 규제 등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 전세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대책을 두고 시장에선 단기 맞춤형 전‧월세 대책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향후 2년간 전국 11만4,000호, 수도권 7만호, 서울 3만5,000호 규모의 임대주택을 매입약정 방식의 신축 매입임대, 공공 전세형 주택 등 순증 방식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택지 추가발굴, 민간건설 규제 개선 등 중장기 공급 기반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현재 당면한 전세시장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초단기 공급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며 “신규 임대용 주택 전국 4만9,000호와 수도권 2만4,000호를 가급적 순증방식으로 조속히 건설·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는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 유동성 공급 등 수요 관리형 전세 대책은 가급적 배제해왔다”면서 “주택재고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충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주택지역 모습. 정부는 향후 2년간 114천 호 공급 계획을 밝혔으나 회의론은 여전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는 2년 간 전국에 11만 호 이상을 임대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시장 예상치 10만 호 공급을 다소 웃도는 것을 제외하면 큰 틀에서 보면 단기적 전세공급 대책에 그쳤다는 평가다.


대책 발표 전부터 업계 회의론은 득세했다. 이미 전국으로 번진 전세난에 또 다시 단기적 안목의 핀셋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공급물량 자원 자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임대주택을 대량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이런 의문은 호텔을 전세방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궁여지책’으로까지 이어진 양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세 대책은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매매시장 안정과 임대차3법 등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기존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 수정없이 단기적 보완 성격의 대책만으로 현재 전세대란 상황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발표 직후 당장 시민사회에선 ‘두 배 공급’을 요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최하위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던 공공임대를 계층혼합형으로 소득분위 1~4분위의 소득계층까지 넓히고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이런 획기적인 공급확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세난의) 주 원인은 공공임대주택이 사회적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적게 공급되면서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간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과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