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석호’ 영랑호에 다리 건설은 아니다

이병선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신선호 기자
sinnews7@segyelocal.com | 2020-09-04 11:18:17
이병선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이 말은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열렸던 UN환경개발회의에서 나왔던 용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시대를 미리 예측이나 한 것처럼 현실에 와 닿는다.

 

이제 우리는 모든 상황 즉,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예술·관광·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대비해야만 한다. 싫든 좋든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연적이고 당연한 사실로 받아 들여야만 될 현실이다. 

 

속초시가 최근 금년 내로 40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2개씩이나 건설하고 호수주변 665미터를 데크로 깔고 그곳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야외 학습 체험장 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의 주 목적은 영랑호 생태 탐방로(보도교)를 건설, 야간에도 중요한 관광 자원화해 지역경제 활성에 기여하고자 함이라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많은 속초시민들과 국민들 그리고 환경단체, 학자들, 관련학회 등은 아연실색한다. 물론 북부권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당연히 동의를 한다. 그러나 천연 석호인 영랑호에 과연 다리를 놓는 것이 지역 경기를 살리는 특효약이 될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다.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부교 2개를 놓는다고 지금까지 얼어붙은 지역경기가 되살아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니 부교를 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속초시의 북부권 지역경기를 살리는 정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영랑호 하구 영랑교 주변 붉은대게타운 부지를 하루빨리 개발해야만 한다. 붉은대게타운 부지의 확실한 개발은 영랑동, 동명동 일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속초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고 천연석호 영랑호, 설악산 울산바위, 동해바다 조망과 함께 더 많은 관광객 유치, 그것으로 인한 파급 효과로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은 지난해 해양수산부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장사항 어촌뉴딜 300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사업을 시작하여 영랑동은 도심재생 사업을 비롯한 시가지 정비, 장사동은 장사항 항구 현대화 사업과 어민들의 어구 보관장 새 단장,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시민들과 어민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공존하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시민들과 어민들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역동적으로 일하며 소득증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다. 특히 특화사업 중에는 영랑호 하구에 조성하는 울산바위 조망쉼터사업과 영랑호연계 해변감성길 조성사업이 포함돼 있다. 영랑호를 훼손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원주지방환경청은 ‘2018년 호소환경 및 생태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영랑호를 비롯한 동해안 6개 호소를 조사하고 관리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영랑호는 서식지 특성상 종이 단순한 특징이 있지만 동해안에서 보기 드문 환경을 갖고 있어 보호 관리되어야 한다. 물과 함께 수변 육상 지역을 완충지역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영랑호는 잘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랑호는 동해안에 몇 개 남지 않은 석호 중 하나다. 담수와 해수가 혼재하는 기수(汽水) 환경으로 인해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공존하는 등 독특한 생태계를 이뤄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불과 30∽40년 전 만해도 어른 손톱보다도 더 큰 제첩을 직접 잡기도 했다.
 

특히 영랑호는 2007년 백로, 왜가리 번식지가 발견돼 화제가 된 곳이다. 중대백로, 댕기흰죽지, 가마우지, 천연기념물인 원앙, 고니와 여름엔 주변 산에 파랑새, 석호반새, 꾀꼬리가 번식하고 겨울엔 잠수성 물새가 많이 관찰되는 곳이다.

관광객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간간이 호수도 조망하고 새들도 바라보고 설악산 울산바위, 대청봉도 조망할 수 있는 영랑호는 속초의 진짜 보배다.
 

필자가 시장 재직 시 일화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도 일주일에 2~3번은 영랑호를 걸었다. 걷다보면 범바위 지나 서쪽으로 모래톱이 나 있고 그 가장자리에 전봇대가 전선을 물고 영랑호수를 가로지르며 건너편 전봇대와 연결돼 있었다. 호숫가를 돌다가 범바위 건너 북쪽과 영랑호 하구 쪽에서 울산바위와 설악산 쪽을 조망하다보면 늘 가슴 한 쪽이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은 신세계 리조트와 한국전력을 설득해 30년가량 볼썽사납게 영랑호를 가로지르던 흉물을 철거한 바 있다. 눈엣가시 같은 전봇대를 뽑아내고 전선줄을 철거도 했었다. 
 

멀쩡한 자연석호 영랑호를 갈라놓는 사업에다 혈세 40억 원을 들여 부교를 놓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에 다리를 건설했을 때 해마다 불어오는 4,5월의 양간지풍, 봄철 산불, 여름장마, 태풍 때 밀려오는 해양쓰레기며, 구조물의 훼손, 겨울철 혹한기 때 얼음이 얼고 풀렸을 때 부교의 뒤틀림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1년에 1억5,000만 원씩 보수 유지비 예산을 30년 동안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관광 트렌드는 단체관광보다는 개인이나 가족단위의 비대면 비접촉 관광이 주가 될 것이다. 자연석호인 영랑호에 인공을 가미하는 것보다는 친환경 보존이 훨씬 적합할 것이다. 새들이 떠나고, 생태계가 파손되고, 쓰레기가 쌓인다면 영랑호는 그 생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관광객들과 속초시민이 외면하는 영랑호! 생각하고 싶지 않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석호는 한 번 훼손되면 다시는 복원되기가 어렵다. 영랑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시 잘 가꾸고 친환경적으로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대한민국의 자연유산이다. 영랑호를 보호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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