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캉스’

최환금 편집국장 기자
atbodo@daum.net | 2019-08-26 11:42:49
▲노인들이 불볕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는 공캉스도 좋지만 문화 공연으로 공캉스를 즐기자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사진은 공캉스의 하나인 남양주시 '찾아가는 문화나들이' 목 짧은 기린지피 공연 장면. (사진=남양주시 제공)

 

‘공캉스’를 아시나요.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가 유행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공항에서 바캉스를 즐간다’는 공캉스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노인들은 소일꺼리를 찾아 근처 공원 등을 찾지만 폭염 등 무더위에는 야외가 뜨겁고 더워서 그냥 있기에는 더 힘들다. 이에 지하철을 타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 다닌다. 예전에는 은행·백화점·관공서 등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에서 시원하게 휴식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그곳에서 고객 불편 등으로 꺼려해서 오래 있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요즘에 시쳇말로 ‘노인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 김포·인천 등 공항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여름 더위가 극에 달할 땐 바깥기온이 35도를 웃도는데 반해 인천공항의 실내온도는 24도에서 26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노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시원한 휴식처로 손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었던 지난 14일 낮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제2교통센터 지하 1층과 1층에는 약 100여명의 노인들이 나무 벤치에 눕거나, 챙겨온 돗자리에서 과일 등을 나눠 먹기도 했으며, 또한 이곳 1층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도 노인들끼리 옹기종기 앉아 TV로 뉴스를 보는 등 공항 내부에는 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또한 MBC에서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공항청사 여기저기 구경 삼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한 노인은 "더위 피할 자리는 여기밖에 없으니까"라며 "전철비 안 들고 여기 와서 돈 달라고 누가 안 하고"라고 말했다. 즉, 오지 말라고 막는 사람 없고 이곳저곳 다니며 볼거리도 많아 소풍 삼아 공항 나들이를 택한 것이라고 MBC는 전했다.


하지만 공항 환경미화원이나 보안요원 등 공항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노인들이 싸온 음식들을 여기저기서 식사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량이 많아졌다"고 토로하거나 "공항에서 쉬다가 밤새 주무시고 가는 노인들도 많아 혹시나 사고날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밝히기도 한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지난 8월1일부터 11일까지 인천공항을 찾은 65세 이상 이용객은 3만2,11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900여명으로 매일 3,000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인천공항을 찾아 쉬고 있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노인들이 매일 공캉스를 즐기고 있는데, 이에 비례해 그들의 무질서한 모습이 방한하는 외국인들의 대한민국 첫 인상이 좋지 않게 인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인들이 불볕더위를 피해 인천공항을 찾아 제2여객터미널 홍보관(위에서 첫번째)에서, 교통센터(세번째)에서, 집에서 나올 때 싸온 음식을 벤치에서 먹으며(두번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을 찾은 노인들이 자리다툼이나 소음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노인들 사이에서 무질서한 모습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지 말자는 취지의 자성론이 부상하면서 올해부터는 공항을 찾는 노인들 대부분이 공항 이용객과 마주치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나름 질서를 지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 노인들은 왜 집에서도 에어컨 등으로 시원하고 편하게 있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무임이라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가깝지 않은 김포·인천공항까지 와서 공캉스를 하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공항 등을 찾은 노인들의 가장 큰 목적은 더위를 식히는 것"이라며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요금 걱정에 마음껏 틀지 못하거나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는게 덥기 때문에 사람 구경도 하고 더위도 피할 수 있는 공항을 찾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각 지역마다 무더위 쉼터가 많이 설치돼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더위 쉼터는 4만 7910개에 달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동네에 있는 무더위 쉼터에서는 따분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그나마 텃세가 심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더위 쉼터가 동네 가까이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용에 불편하기 때문에 시원한 전철로 이동해 시원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항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제 공캉스는 노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필수(?) 무료 피서지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을 수록 불편함도 커질 수 있다. 


공캉스는 무료 전철에 공항 실내 무료 이용 등 무료(無料)의 좋은 점도 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무료(無聊)할 수도 있다. 


이제 입추가 지나 조석으로 선선한 날씨다. 낮 기온은 아직도 30도를 넘어 폭염은 아니더라도 무더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 등은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시기다.

 

그렇기에 이제 같은 공캉스라도 공연+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캉스로 '목적지'를 바꿔봄직도 나을 듯하다. 물론 문화 공연은 입장료 등 돈이 드는 유료(有料)라서 가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은 문화누리카드나 장애인의 경우 복지카드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까운 동네 주민센터나 온라인에서 발급 받을 수 있는데 기초·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카드로서, 1인당 연간 8만원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공연·영화·전시 관람을 비롯해 국내 여행, 4대 프로스포츠 관람(축구·농구·야구·배구) 등 문화예술·여행·체육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선선한 가을에는 공항 공캉스에서 문화 공캉스로 '이주'해 휴식을 위한 피서에서 문화예술·여행·체육 분야를 향유(享有)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휴식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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