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평소 동의했어도 잠든 연인 몰카는 위법”

“자기전 동의, 잠든 후로 이어졌다고 볼수 없어” 판결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8-10 11:45:45
▲ 평소 가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는 데 동의했더라도 상대방이 몰래 나체 촬영한 것은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평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는 데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잠든 뒤 상대방이 몰래 나체 촬영한 것은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상에서의 동의가 잠든 뒤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 1‧2심 ‘무죄’…대법원 파기환송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당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8월 여자친구 B씨를 때려 전치2주의 상해를 입히고 집에 가둬 나가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A씨는 특히 폭행 과정에서 병원에 가게 해달라는 B씨 부탁에도 ‘죽지 않는다’면서 약 2시간 집에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7~2018년 기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로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의 몸‧얼굴 등을 촬영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평소 A씨는 B씨 동의를 얻어 신체 일부를 촬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1심과 2심은 A씨의 상해‧감금 혐의는 유죄 판단을 내렸으나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봤다. 특히 1심은 평소 A씨가 연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B씨가 종종 동의했고 뚜렷하게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비춰 A씨가 자신의 연인이 반대할 것을 알고서도 나체 사진을 찍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자신의 연인을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감금까지 했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도 이 같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촬영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에 동의하고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에게 언제든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에 동의했다거나 잠들어있는 상태에서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잠든 사진에 얼굴까지 촬영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사진으로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B씨가 동의했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B씨가 평소 촬영물을 지우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에 비춰서도 A씨가 이런 촬영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것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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