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 행정·근시안적 개발공약…신성장 동력 불가능

[연중기획] 지자체 행정 해부 17-1. 대전광역시-정치
민진규 대기자
stmin@hotmail.com | 2019-12-20 16:14:56
▲대전시 청사 전경. (사진=대전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대전광역시(이하 대전시)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곳이지만 일제시대인 1914년 대전군이 신설되면서 현재의 지명을 얻게 됐다. 

 

해방 이후인 1949년 대전시로 승격됐다가 1989년 대전직할시, 1995년 대전광역시로 각각 개칭됐다.


대전이 포함된 충청도는 경상도나 전라도와는 차별화된 지역 특성이 있다. 통일신라 이후 1,000년 동안 한반도의 정치사를 주도한 경상도, 백제가 멸망한 이후 현재까지 중앙정치에서 홀대 받은 전라도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중용(中庸)을 지키는 것이 생존에 긴요하다는 점을 몸소 체득했다.

이러한 특성은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나 주민들 사고와 행동에도 짙게 배여 높은 수준의 처세술로 나타났다. 

 

어느 쪽도 옳거나 그릇되지 않았다는 유연한 사고와 서두를 필요도 없이 한발 늦은 느린 행동은 행정의 추진력을 떨어뜨려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시정구호만 살펴보면 지역주민에게 나쁜 블랙기업

정치 충청권을 대표하는 대전은 김종필 전 총리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중앙정치의 중심에서 머물면서 현대 정치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지만 좋은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다. 

김종필이 박정희 정권에서 만년 2인자로 머물렀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자유민주연합이라는 군소정당을 창당해 영남과 호남의 정치세력 다툼을 조정하는 역할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역대 대전시장은 홍선기, 염홍철, 박성효, 권선택, 허태정 등이 맡았다.

홍선기는 6·7대 2회, 염홍철은 8·10대, 박성효는 9대, 권선택은 11대 시장이었고, 허태정이 12대 시장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홍선기, 염홍철, 박성효가 보수정당 출신이고, 권선택과 허태정은 진보정당 소속이다.

홍선기는 충청을 기반으로 급조됐던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연임했지만 별다른 정치적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종필의 정치적 영향력이 위축된 2004년 19대 총선 이후 대전 지역도 보수의 아성에서 진보진영으로 권력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중이지만 호남의 진보와는 정치적 입장이나 인물의 구성이 다르다. 

대전지역 정치인은 정당의 소속은 다르지만 인물의 면면을 보면 정치색이나 출신성분이 유사하다.

역대 시장들의 시정구호를 살펴보면 홍선기는 ‘위대한 대전, 긍지 높은 시민의 시대’, 염홍철은 ‘가장 살기 좋은 대전 건설’과 ‘세계로 열린 대전, 꿈을 이루는 시민’, 박성효는 ‘함께 가꾸는 대전, 함께 누리는 행복’, 권선택은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 맛나게’, 허태정은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등을 각각 제시했다.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면서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공약을 개발하기 보다는 중앙당 차원의 바람을 우선적으로 기대한다.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달리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았지만 중앙정치의 판세가 지역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당선자들도 선거에서 개인적 역량보다는 정당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했다.

주 52시간을 강제하며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블랙기업(black company)이라는 용어도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다. 

기업문화 전문가인 필자는 블랙기업에 관해 다수의 칼럼을 기고했는데 블랙기업의 비전(vision)이나 미션(mission)이 대전시의 시정구호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블랙기업은 ‘위대한’, ‘긍지’, ‘꿈’, ‘행복’, ‘세계’ 등의 단어는 많이 사용하는데 대전시의 역대 시정구호도 비슷하다. 

대전시가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는 블랙기업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블랙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도 25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도 선거공약이나 행정이 구호만 난무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개념조차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측정할 지표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도 행정이 낙후되게 만들었다. 

지역 공무원들도 행정서비스의 질(quality)을 개선하기 보다는 지역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것이 승진에 유리하다는 것을 파악해 행동하는 것도 블랙기업의 특징이다.

지방자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하지만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전시는 구도심과 유성구, 대덕구 등 신도심이 인구구성 측면에서 극명하게 구분된다. 구도심은 토착민의 비중이 높고, 신도심은 학력이 높은 외지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전시의 정치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변화를 위한 자체 동인(driver)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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