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의 세상만사] 나라망신 언론징벌법

news@segyelocal.com | 2021-10-18 13:52:48
▲나경택 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숱한 논란을 낳았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 방침을 접고 국회에 언론미디어제도 개선 특별 위원회를 꾸려 연말까지 논의하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여러 독소 조항 때문에 ‘언론재갈법’, ‘언론 징벌법’으로 불린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연기된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 여야는 동수로 참여하는 특위에서 언론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의 독소조항은 여야 합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 폐기 수준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많다.

◆ 독소조항 문제 '언론중재법' 무산 

당초 민주당이 추진한 법안 자체에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등 문제 조항에 대해 국내 모든 언론 단체는 물론이고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 국경없는 기자회 등 해외 언론 단체까지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가 정부에 우려 서한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도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이 뒤늦게 야당과 협상 과정에서 개정안을 내밀었지만 오히려 개악을 했다는 비판만 더해졌을 뿐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행 처리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가 반발하며 보인 태도는 볼썽사납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미루면서 여야합의를 주문하자 정청래 의원 등 30여 명은 “의원들의 뜻을 모아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법상 의장의 고유 권한임에도 ‘특단의 조치’ 운운하자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귀를 의심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잉 페이스북에 “여당이 언론과 야당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주장을 올렸다. 당원 게시판 등에 박 의장 등을 비난하는 글이 게재됐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여야 동수 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고 언론중재법 외에 신문법, 방송법, 등 관련 법안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연말까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처리 시한을 못 박지 않은 만큼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여전히 감행처리를 주장하지만 여당이 여기에 편승해 다시 입법 공세에 나선다면 더 큰 비판에 맞닥뜨릴 것이다.

만약 여당이 단독으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면 극렬 지지층 표심 잡기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국 언론사에 큰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핵심 독소조항인 ‘언론보도 피해액의 최대 3~5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주국가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잉 언론규제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에 부딪치자 ‘진실하지 않은 보도’라 더욱 애매하고 확장된 표현으로 바꿔 법안을 더욱 개악하려고까지 했다. 

 

◆ 정당이권 개입에 언론자유 훼손

 

문재인 대통령도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과 합의 없는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여권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언론중재법 통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법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언론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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