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놓치고 있는 것들

연령층 기준 일률적 적용 우려…“현실적 대책 마련 우선돼야”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19-06-21 14:25:02
▲ 최근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대책으로 추진 중인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도로교통법 상 규정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최근 수년 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자진’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는 이른바 ‘인류보편적 가치’에 사회가 맞춤형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적 안전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이 같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우리 사회 특수성에 비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교통사고 감소 속 고령운전자 사고 속출


실제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가 사망 등 치명적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비율은 최근 3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찰 집계 결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지난 2016년 17.7%에서 2017년 20.3%, 2018년 22.3%로 매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대비 전체 교통사고 수는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늘어났다.


최근 양산 통도사에서 75세의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를 낸 데 이어 강원 동해고속도로 인근에서 77세 운전자가 휴게소 출입구를 착각해 역주행하는 사례까지 언론에 조명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현재 이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정책적 안전관리 시스템으론 여타 연령층 대비 짧은 ‘적성검사 주기’ 정도가 거론된다. 일각에서 사고 발생 시 면허취소 등 보다 엄격한 관리‧통제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령 운전자 자진 운전면허 반납제도’가 시행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근 만 67세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의 면허를 스스로 반납한 것을 두고 쟁점화되면서 시끄러운 상태다.


이 제도는 지난해 7월 부산시가 처음 도입한 뒤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관련 아이디어를 제시, 지역 색깔에 맞춰 제도 정착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전북 정읍, 충북 괴산‧청주, 경남도 등이 고령 운전자 자진 면허반납을 추진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관리에 지자체와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들의 면허갱신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였고, 교통안전 교육 이수를 의무화해 이를 통해야 고령 운전자들의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정부‧지자체 노력에도 고령 운전자들의 참여율이 극히 떨어지는 등 현실적 난제가 수두룩한 상태다. 특히 택시 등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고령자와 농촌 등 특수지역 거주 운전자들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도 반발을 불러오는 요소다.


특히 선진국 대비 기형적 구조로 지적받는 자영업에 고령층이 집중돼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업을 위해 운전하는 고령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정년 연장’ 도입 공론화로 사회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이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정년 연장과 이번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제도 추진 자체가 정책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생계형 고령운전자 등 보다 현실적 대책 마련 절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 운전자들을 ‘잠재적 교통사고 유발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층이 물론 젊은 사람에 비해 순발력과 집중력 등 신체적 능력이 저하된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개인차가 존재하며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만큼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연령층을 기준으로 일률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불필요한 오해 소지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운전안전 개선책 마련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지 오래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최근 고령자 전용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안전운전 기능이 강화된 차량만을 운전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이 같은 한국적 특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곤 노인층 증가 등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는 고령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아무런 대책 없이 노인들을 도로 위에서 몰아내는 모습은 이들의 반발만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다.


본 기자가 최근 만난 ‘71세’ 한 택시 운전사는 “대기업 퇴직 후 벌어먹고 살기 위해 택시 면허를 취득했다”며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짜리 교통카드 한 장 주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과거 80세와 현재 80세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동안 상당히 변한 게 사실이다. 폭증한 실버 산업 규모가 이를 증명하며,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역시 늘어나고 있다. 정년 연장 주장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들을 위험 요소로 인식해 단순히 도로에서 내몰기 위한 것이 아닌 이들을 설득하고 불만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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