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저울추

감정의 눈금 ‘제로(0)’ 상태 두는 지혜 필요
최문형 교수
news@segyelocal.com | 2020-01-22 14:52:00
▲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작가
마음이 요물이다.

내 마음인데 당최 내 맘대로 안된다.

새로이 한 해가 밝으면 세우는 계획은 종국에는 마음과의 힘겨루기다.

그래서인가, 동양의 현인들은 마음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아직 감정이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는 중(中)이고 외부의 자극으로 감정들이 밖으로 나타나 표출된 상태는 화(和)라고 했다. 

그런데 화(和)가 되려면 조건이 있다. 그 감정들이 적절하게 발현돼야 한다. 

중용(中庸)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용은 군자의 수신(修身)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 책의 첫머리는 마음과 감정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마음이 무엇이길래 군자를 꿈꾼 지식인들이 마음의 작용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을까? 

21세기에 각광받는 학문인 사회생물학을 보자.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하는 이 학문도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큰 관심을 두었다. 

특히 감정에 집중했다. 사회생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는 먼저 감정과 느낌이 앞선다. 

그리고 뒤이어서 이성과 논리가 그것을 합리화하고 정당화 시킨다!
 
우리가 누군가와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앞서는 것은 상대방이나 그 일에 대한 좋은 느낌이다. 

감정의 움직임 때문이다. 

그 움직임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이성의 작용이다. 

우리의 생각이 그것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합리화해 나간다. 

반대로 어떤 일을 하지 않거나 제안을 거부할 때도 꼬집어 말하기 힘든 느낌이 먼저 작용한다. 

뒷감당은 논리가 맡는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감정과 이성을 똑 잘라 반으로 나누고 이성이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던 서구의 학문적 전통을 보면 이 말은 다소 엉뚱하기도 하다. 

감정이 먼저 일을 저지르고 뒷감당은 이성이 한다니,... 

인도에서 1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나는 마음이다(I am the Mind)'라는 책을 보면 마음이 얼마나 요물단지인가를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 딥 트레버디(Deep Trevidi)는 규범과 관습과 금기에 갇혀 평소에 자유롭게 표출되지 못한 우리의 마음은 잠재의식과 무의식으로 갇혀 있다가 엉뚱한 때 엉뚱한 대상에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폭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고 마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이 갖는 힘과 에너지도 매우 크다.

만약에 우리가 ‘마음 사용법’을 잘 안다면 우리는 마음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마음의 에너지를 잘 활용해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동양의 현인들도 이 문제를 겪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도 중용의 서두에 마음과 감정의 문제를 언급했다. 

중(中)이 감정이 발현되기 이전의 ‘평온한’ 마음이고 화(和)가 적절한 감정의 표출을 의미한다면 용(庸)은 무엇일까? 

용(庸)은 ‘평상’을 뜻한다. 

그래서 ‘중용’은 ‘평소의 평온한 마음’ 또는 ‘평온한 마음의 평상적 지속’을 말한다. 

생각해 보자. 희로애락이란 감정은 수시로 우리에게 밀려온다. 

바위섬을 때리는 파도처럼 우리가 겪는 환경은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자극(stimulus)이고 우리의 반응(response)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차 있거나 즐거움에 들떠 있거나 슬픔이 차올라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이 모든 마음의 상태들은 결국에는 우리가 과도한 반응과 행동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미 우울한 사람은 작은 자극에도 왈칵 눈물이 솟을 것이고 이미 화가 난 사람은 사소한 것에 크게 노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결코 화(和)의 상태가 아니다. 

이렇게 적절한 감정의 표출에 실패하게 되면 감정과 마음에 늘상 휘둘리고 마음 다스리기는 물 건너 간다. 

자극과 감정의 표출이 타인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도 엉망이 된다. 

마음을 다스리고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군자가 될 것인가? 

마음의 작용을 잘 알고 마음을 활용하려면 평소 마음을 ‘제로(0)’ 위치에 두어야 한다.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다 보면 언제든 마음은 평온하게 지속된다.   

평상시 마음이 잘 훈련된 상태가 바로 중용이다. 

우리가 종종 보게 되는 유명인이나 공인들의 순간의 실수는 중용의 부재로 인한 중화의 실패다. 

마음의 중용과 중화가 이뤄지지 못할 때 말이든 행동이든 문제를 일으킨다. 

2020년이 됐고 1월에서 2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계획과 다짐을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마음을 늘상 들여다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금 나의 마음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원하는 게 무엇인가? 

도대체 마음의 눈금은 어떤지? 

마음의 저울추를 제로(0) 상태에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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