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는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장 장진실
조주연 기자
news9desk@gmail.com | 2021-08-09 14:44:30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장 장진실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장 장진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다가 며칠 전부터 지속적으로 전국 기준 일일 1000명을 훨씬 웃돌며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며 소방공무원으로써 다시 한번 일상과 안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파괴된 일상, 그리운 일상”이라는 표현을 모두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서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로써 크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날을 이야기한다. 이 보통의 날은 잃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잃고 나서는 다시 찾기 힘들다는 것을 지금 유행중인 코로나 19 사례를 통해 우리 모두 학습했다. 그렇다면 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안전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사례로 지금 당장 우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이 있다.

 

그동안 아파트 시공사와 소방서간 협의해 법령 기준 없이 자진으로 설치했던 공동주택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이 2018년 2월 소방기본법 개정을 통해 의무사항으로 변경되면서 국민들의 많은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아파트에 설치된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이 법정 대상인지 자진 대상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고 이로 인해 관리사무소와 입주민간 다툼이 빈번히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소방관서에 제기된 민원도 매우 많았으며 소방관서의 개입을 통해 해결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어떤 민원인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데 본인의 주차 불편을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소방관서에 따지기도 했고 어떤 민원인은 소방차가 우리집 앞까지 못 들어오면 우리 가족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 하며 법령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018년 8월 10일 이후로 최초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기존 모든 아파트에 설치된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법적 의무대상이 아니다.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소방차량이 활동 가능한 공간을 양보하기로 한 시공사와 소방서간의 약속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약속은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약속이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둔 것으로 약속을 어긴다고 범법자가 되거나 큰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동주택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이야기가 다르다.

 

친구와의 약속, 가족과의 약속, 이웃과의 약속 등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의 범주에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약속은 안전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우리는 안전을 잃고 그로인해 일상을 잃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내가 어긴 약속으로 인해 생명을 잃거나 재산을 잃는 주체가 나 스스로가 아닌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엄중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약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그리운 일상을 떠올리며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뒤늦게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경험을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은 한 개 뿐이고 그것을 잃었을 때 후회하거나 반성할 기회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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