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자치행정···정치·경제 등 5대지표 10점 만점에 2점

[연중기획] 지자체 행정 해부 11-3. 전라북도-기술·최종평가
민진규 대기자
stmin@hotmail.com | 2019-08-08 14:55:15

 

▲전북도청 전경. (사진=민진규 기자) 

 

[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전편에 계속 

 

▶ 몰락한 공단에 인재 없고 육성정책도 보이지 않아

기술 공단과 같은 산업기반 시설, 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유형과 규모, 지역에 위치한 대학과 인재유치 전략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전북의 대표적인 공단은 전주에 위치한 봉담공단, 군산장항공단, 익산의 보석가공단지 등에 불과하다. 봉담공단에서는 자동차 부품, 농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농기계만 나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역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취약해 인재유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에는 전북대학교, 원광대학교, 우석대학교, 전주대학교, 군산대학교, 호원대학교 등이 있지만 지방거점대학으로 전북대가 가장 우수한 편이다. 

전북대도 지역에 위치한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체에 보낼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가 ‘보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평범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데 전북대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북이 ‘전라북도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고 인재를 유치하려고 노력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전라남도가 ‘한전공대’을 설립해 전기 관련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처럼 명확한 타깃(target)이 있어야 한다. 경상북도 포항시가 포스코를 기반으로 포스텍을 설립한 것과 유사한 정책을 수립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아쉽다. 

물론 군산의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붕괴되면서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을 가능성도 높다. 익산의 보석가공산업도 1970년대 이후 유명세를 떨쳤지만 존재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금속세공이나 보석가공업은 대규모 소재생산지나 소비시장에 인접하지 못하면 활성화되기 어렵다. 인도의 구자라트주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보석가공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석가공업도 장인의 피와 땀으로 이룩할 수 있는데 충분한 우수 인력공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가 뛰어난 장인들이 풍부해 섬유산업과 보석가공산업 등을 꽃피울 수 있었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저렴한 인건비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중급 수준의 보석을 가공하는 것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익산에서 가공한 보석을 전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필자도 보석이나 금속세공품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에서 유명한 장인들을 만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만나보면 한결같이 뛰어난 손재주는 있지만 시대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철학이 없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 글로벌 시민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만만했다. 세상을 나가보지 않고 피상적이나 파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장인이 가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전북의 기술 문제점은 어떤 기술을 육성할 것인지, 어떤 대학에서 해당 임무를 담당할 것인지, 기술개발을 위한 인재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지만 이러한 상황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태평스러워 보여서 미래가 암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도대체 지역의 지식인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의문이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을 수밖에 없다.

▲ 오곡밸리 모델로 평가한 전북 자치행정

▶ 전근대적 시각으로 행정 추진하면서 발전 잠재력 훼손

종합적으로 전북의 자치행정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북의 자치행정은 10점 만점에 평균 2.0점으로 최하 수준의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5개 대지표 모두 10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체면을 중시해 평가에 관대한 한국적 관행에 비춰본다면 최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북은 전라남도와 마찬가지로 패거리 지역정치, 지역경제의 철저한 붕괴, 지역발전 청사진도 그리지 못하는 공무원 사회, 스포츠 이벤트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유치한 발상, 구호만 난무하는 인재유치 전략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세부 내역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는 호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에 두각을 나타내는 정치인이 배출되지 않는 것은 지역주민의 정치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호남은 인물이 많이 났고 전북도 전남에 못지 않게 인재가 풍부했다. 정동영이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것도 아쉽지만 정치적 품성에서 비난을 받으면서 지역정치인의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안타깝다.
 

정동영 이후 정세균이 국회의장까지 맡으면서 지역 정치의 거물로 등장했지만 찻잔 속의 미풍에 그쳤다. 당분간 전북 출신 중에서 중앙정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정치인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치는 경제적 기반과 인구를 토대로 성장할 수 있는데 지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희망은 점점 절망감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둘째, 경제는 대표적인 산업인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붕괴된 이후 대체산업을 찾는데 실패해 재도약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으로 전환점을 삼으려고 노력하지만 경제성도 없는 지역공항을 짓고, 세계 잼버리대회를 유치했다고 경제가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체계적인 발전전략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 살아난다.
 

전라남도가 친환경 농업과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오히려 전북보다 산업기반은 풍부한 편이다. 광양의 제철단지, 여수의 화학단지는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변변한 공단 하나 없으면서 새만금만 개발되면 국내 최고의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셋째, 사회는 국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고령화, 청년층의 이탈, 백약이 무효인 출산장려정책, 부패지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공무원 등으로 인해 저성숙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득세 감면에서 자녀공제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탁상공론으로 행정실적을 자랑하는 수준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를 많이 출산하면 수천만 원, 수억 원의 격려금을 준다고 해도 낳지 않는 이유도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지방자치행정이 주민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나름 엘리트라고 하는 공무원의 주도하고 지배하는 ‘공무원 공화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전북도 공무원 출신이 도지사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공무원 출신은 지방행정을 펼치는데 주민보다는 공무원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넷째, 문화는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와 마찬가지로 전북도 다양한 문화유산이 많은 편인데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국의 문화기행을 많이 한 필자도 모르는 문화유산이 많고, 초라하게 관리하는 문화재도 많은 편이다. 황량한 들판 한 가운데 서 있는 석탑이나 문화유산에서 감흥을 느끼지 못해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홍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50년의 역사에 불과한 미국도 다양한 문화유산을 관리해 전세계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1,000년의 찬란한 역사를 갖춘 전북이 제대로 된 문화정책이 없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큰 얼치기 장인과 전문가로부터 진정한 고수를 찾아낼 수 있을 때 문화정책이 살아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섯째, 기술은 산업을 기반으로 육성되는 것인데 산업단지의 황폐한 상황에서 수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에 불과하다. 이미 군산의 조선과 자동차 산업은 붕괴됐고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 논외로 치고, 봉담공단의 농기계와 재생 자동차부품산업, 익산의 보석가공산업 등이라도 부흥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인재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근무할 청년층을 잔류로 유도하는 것보다는 석·박사급의 유능한 인재가 전국에서 몰려들 수 있는 연구개발(R&D)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막연히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겠다고 주장하지 말고 우선 인공지능(AI), 드론(Drone), 로롯(Robot), 빅데이터(Big data) 등으로 주제를 정할 필요가 있다. 도지사도 정치가 아니라 기술이 지역을 살리는 가장 핵심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기 간절하게 바란다.

[ⓒ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