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랜 B, ‘비대칭 3-5-2’는 일단 실패했다

최경서 기자
noblesse_c@segyelocal.com | 2019-09-06 14:48:21

[세계로컬타임즈 최경서 기자] 한국 국가대표팀의 이번 ‘플랜 B’ 전술 실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나, 결과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최근 폼이 좋다는 선수들을 포지션에 상관없이 와장창 구겨 넣기만 했을 뿐이었다.


특히 FIFA 랭킹 37위의 한국이 적어도 두 수는 아래인 조지아(94위)를 상대로 전반전에 기록한 점유율 22%는 차마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아무리 새로운 전술에 대한 실험이었다고 해도 약체를 상대로 이러한 경기력을 보이는 것은 팬들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대표팀은 냉정하게 세계적인 축구 수준과 거리가 멀다. 어떤 전술이든 갖다 대면 바로 소화할 수 있는 팀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부분을 깨달아야 한다.

 

 

▲ 한국의 황희찬. (사진=뉴시스)


① 황희찬 윙백 기용


한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 조지아 전에서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현재 소속팀에서 절정의 폼을 보이고 있는 황희찬의 윙백 기용이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황희찬 윙백 기용은 완벽하게 실패한 카드다. 황희찬은 돌파력을 무기로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저돌적인 스타일의 공격수다. 하지만 이는 뒤를 받쳐주고 있는 풀백이 존재할 때의 얘기다.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없으니 마음 놓고 돌파를 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무리하게 돌파하다 공을 빼앗기게 되면, 순간적으로 뒷공간이 발생해 상대에게 위협적인 역습 장면을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황희찬은 특유의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공격 시 다소 주춤하는 모습만 수차례 보였을 뿐이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자고로 윙백은 공격 시 빠른 오버래핑으로 공격을 돕고, 공격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비지역으로 복귀해야 한다. 황희찬은 정통 윙백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조지아는 황희찬이 비우고 간 지역을 계속해서 공략했고, 파푸나쉬빌리는 틈만 나면 그곳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런데도 황희찬은 자신이 마크해야 할 선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패스를 받기 위해 공의 흐름에 집중하기 바빴다.


상대적으로 약팀인 조지아를 상대로 이러한 약점을 보이면서 위험한 장면까지 연출했다는 건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팀들은 전부 조지아보다는 잘하는 팀들이다. 그 팀들은 결코 이 부분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 한국과 조지아의 라인업. (사진=SOFASOCORE)


② ‘비대칭 3-5-2’ 전술


이번에 한국의 포메이션은 3-5-2였다. 3명의 중앙 수비와 3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고 측면으로 뿌리는 패턴이 일반적인 전술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반적인 3-5-2가 아니라 한쪽으로 공격 비중이 몰려 있는 이른바 ‘비대칭 3-5-2’였다. 실제로 왼쪽 윙백은 정통 수비수인 김진수였지만, 오른쪽 윙백은 최전방 공격수인 황희찬이 출전했다. 즉, 오른쪽 측면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킨 셈이다.


황희찬 윙백 카드가 실패한 건 드러났고, 또 다른 문제는 3-5-2 포메이션이었지만 사실상 3-1-4-2에 가까운 모습이 자주 드러나는 오류가 발생했다. 중원 조합의 문제였다.


중원 조합은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와 홀딩 미드필더, 메짤라 혹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조합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의 전술에는 홀딩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았다. 후반전에 홀딩 미드필더인 정우영을 급하게 투입한 이유다.


벤투 감독은 패스와 볼 간수가 좋은 백승호를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측면과 중앙을 소화할 수 있고 활동량이 좋은 권창훈을 박스 투 박스 겸 메짤라로 기용했다. 이강인은 정확히 부여받은 롤이 무엇인지 애매했다.


권창훈은 평균적으로 스리백과의 거리가 멀었고, 공격 시에도 김진수와 스위칭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강인도 계속해서 전진을 노리는 유형의 선수인 탓에 수비가담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백승호 혼자 스리백을 보호해야 했다.


이와 같은 전술적 부재는 첫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됐다. 백승호를 돕기 위해 내려온 권창훈이 공을 잡은 뒤 근처의 동료에게 패스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며 스스로 빌드업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발레리 카쟈쉬빌리에게 공을 빼앗긴 것이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 한국의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③ 한국의 스리백 ‘흉내’


스리백은 현대 축구에서 유행하는 전술이다. 공격 시에는 수비가 3명이지만 수비 시에는 순간적으로 5명의 수비를 형성하는 유동적인 전술로, 공격과 수비 모두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안정감이 장점이다.


그러나 스리백은 후방 빌드업, 수비 능력, 지역 수비, 골키퍼 기량, 활동량 등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전술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력이 부족하면 수차례 역습을 허용하게 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 모든 조건 중에 딱히 만족하는 조건이 없다. 오히려 어설픈 후방 빌드업으로 패스 미스를 남발해 상대에게 좋은 기회만 떠먹여 줄 뿐이었다. 선수들도 스리백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동안 스리백을 구사하지 않던 벤투 감독이 스리백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단지 공격력 극대화 때문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가 전원이 수비하는 이른바 ‘텐백’ 전술로 나올 때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만날 FIFA 2022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상대 팀들도 대부분 텐백 전술로 한국을 상대한다.


텐백으로 나서는 팀을 상대할 경우 공격에 소모하는 시간보다 수비에 소모하는 시간이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다. 수비에 대한 중요도가 다른 경기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다. 벤투 감독은 이 부분을 역으로 발상해 수비수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려 상대의 골문을 시종일관 두드리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판단 자체는 높이 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팀인 조지아를 상대로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선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안 되는 것을 과감히 버리고 되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즉, 벤투 감독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 왔던 전술적인 ‘고집’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부분에서부터 접근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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