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포’ 신종 코로나…“안전불감증은 경계해야”

국민 절반 “메르스보다 위험” 인식…전문가 “중증도 낮다”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2-10 15:37:47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서 발현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전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막연하거나 과도한 공포감 확산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10일 오전 기준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27명, 의심환자 약 900명 수준이다. 하지만, 완치자 3명에 사망자는 없는 실정이며, 퇴원자도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한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인 절반이 지난 2015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이번 상황을 더욱 심각하다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률 역시 ‘메르스’ 당시 15%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 형성은 사회 일상의 모습을 급격히 바꿔가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감염 우려로 손잡이조차 잡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확진자가 다녀간 대형 백화점 및 호텔‧영화관 등은 한시적이지만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 대학의 개강 연기가 정부 차원에서 사상 최초로 권고됐고, 일선 초··고 학교의 개학도 미뤄졌다.


한국 사회 역사상 처음 겪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손 소독제 품귀 현상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은 막연하거나 과도한 상태로 한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확산되면서 국가 위기감을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압도적 다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비말(침방울)’이나 직접적 접촉으로 전염될 뿐 대기(에어로졸) 중 전파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다. 전파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나, 중증도 면에선 앞선 사스나 메르스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올 여름쯤 확산이 종결될 전망이다. 이 기간 마스크 착용과 꼼꼼한 손 씻기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유지하는 등 ‘불감증’만큼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국민 절반이 메르스보다 더 치명적”  인식

대중교통 손잡이·외출 기피증등 일상 변화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1월 31일~2월 4일 기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절반은 지난 ‘메르스’보다 이번 감염증 확산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력이 더 클 것”이란 설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전체의 49.3%에 달한 가운데, “그렇지 않다”(20.5%)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것”이란 질문에도 60.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신종 코로나에 대한 시민 공포감은 높아진 마스크 착용률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7일자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이달 4~6일 실시) 결과에서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이 79%에 달했다.


이는 사망자 3명이 나왔던 메르스 당시 2015년 6월 초 같은 질문에 대한 설문 응답률 15% 대비 5배를 넘는 수치다.


특히 연구팀 설문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건강영향 등 피해가 심각할 것”이란 응답은 73.8%, “자신의 일상에 영향이 없다”는 생각은 10.2%로 나타나 시민들의 일상이 극도의 공포감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발병으로 시민 일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 한산한 광주의 한 영화관 모습.

 

실제 이 같은 시민 불안의식은 이들의 사소한 일상생활 하나하나에까지 침투해가는 모양새다.


시민 대다수가 이용 중인 지하철 내 손잡이는 차량 흔들림에도 장갑 낀 손으로도 외면받고 있으며, 아예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 자체가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을 꺼리는 시민 성향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외출’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배달업계 조사 결과 바이러스 확산 이후 기존 대비 약 5~15% 주문량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목욕탕과 식당, 마트 등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들에 대한 이용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우려는 지역민 불안감을 과도하게 조장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고, 민간 기업 휴점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산상 손실을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대중의 과도한 공포감은 정부나 전문가들의 의학적 소견에도 아랑곳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심리적 기제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산업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부정적 전망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발 부품 공급 중단으로 한국 자동차업계의 직격탄이 현실화된 가운데, 국내 불안 심리로 유통계 전반에서도 영업 부진 등 부정적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올 한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를 진료 중인 의료진은 최근 이번 바이러스를 메르스보다 중증도가 낮아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될 만한 질병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전파 속도는 빠른 것으로 봤다.

 

사망자 ‘0’중증 환자도 없어

전문가 막연한 불안감 자제해야

 

앞서 신종 코로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소속 의료진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방지환 중앙임상TF 팀장은 “메르스 당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나 신장 투석에 이르는 환자들도 많았으나, 신종 코로나의 경우 아직까지 중증 환자는 없어 보인다”며 “대부분 치료받으면 문제없이 치료될 만한 낮은 중증도 질환”이라고 말했다.


치사율도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전역 치사율은 2.1% 수준으로, 후베이성을 제외하면 0.16%”라며 “국내 치사율은 중국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 확산도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할 만큼, 온라인을 중심으로 무차별적 왜곡된 정보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 수사 등 공권력 개입이 현실화된 상태다.


이와 관련, 일각서 제기된 ‘대기 중 바이러스 전염’ 여부가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 일부 지방정부서 제기된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에 중국 보건당국과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일제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중국 상하이시 측은 기존 직접 전파나 접촉 전파 외에 ‘에어로졸 전파’, 즉 비말이 에어로졸(공기) 형태로 떠다니다 다른 사람이 이를 흡입하면 감염될 수 있다는 이른바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제시했다.

 

근거 부족 주장-가짜 뉴스불안감만 더 키워

에어로졸 전파설, 보건당국·질본 근거없다

 

그러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은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국가 위건위는 지난 9일 웨이보를 통해 “신종 코로나의 주요 감염 경로는 지금까지 호흡기를 통한 비말 감염 및 접촉에 따른 것”이라며 “그간 연구 조사에서 가장 많이 드러난 감염 사례는 근거리에서 밀접 접촉이 있었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로졸은 비말이 공기에 떠다니다 수분이 증발하고 단백질과 병원체로 구성된 핵이 비말 형태로 원거리까지 날아가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이 같은 감염 형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본 역시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공기 전파라는 것은 비말 전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며 “공기 전파란 비말 내 수분이 다 말라도 바이러스 조각들이 공중에 떠다니다 타인에게 전염되는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데 현재까지 모든 전문가 의견은 ‘지역사회에서의 공기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비말 또는 직접 접촉에 따른 전파 가능성만을 인정하고 있다. 비말 내 포함된 바이러스가 침방울을 통해 2m 수준 근접한 타인의 호흡기로 직접 전파되거나, 감염된 비말이 생활환경 표면에 묻어 있다가 이에 닿은 손을 통해 눈‧코‧입으로 들어가는 사례 등이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나 사스,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바이러스는 비말 전파가 주된 감염경로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이 10일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다만, 매우 드문 수준으로 병원 등 일선 의료현장에서 호흡기 의료 시술 시 에어로졸 전파의 제한적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반인들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없다고 못박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근거 없음’을 이유로 대기 중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은 갖지 말되, ‘불감증’만큼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기후 영향을 받는 올 여름쯤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1번 환자의 퇴원 감사편지’로 국민적 감동을 선사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조 원장은 “질병에 걸리면 다 죽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피하고, 독감 수준으로 대응하면 된다”며 “국제질병기구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지키고, 기침 환자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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