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비운 자리에 더 이상 사고가 군림 않기를 바란다

이효선(작가)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0-05-06 15:42:18
▲정부의 건설안전 슬로건. (사진=국토부 갈무리)
공사 현장에서 항상 보는 문구 ‘안전제일’… 어렸을 적부터 "정말 안전이 제일인가요?"라고 묻고 싶었다. 단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몰랐을 뿐.

2017년 산업재해 사망 964명, 2018년 사망 971명, 2019년 사망 855명, 산업재해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4월 28일은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그 날을 비웃듯 바로 하루 뒤인 29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우레탄 폼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상자 38명 부상자 10명.

저렴한 비용 지출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안전불감증’이라는 그 평범성에 놀랐고, 2020년에도 고귀한 희생 위에 눌러앉은 ‘안전불감증’이라는 구조적인 폭력 속에 또다시 무너졌다. 

이번 사고 소식을 들으며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받아들이는 ‘악’이, 우리들의 삶에 평범하게 스며들며 위험스럽게 장악하는 '악의 평범성'을 떠올렸다. 

나는 안전감수성과 안전공감능력이 결여된 산재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안전불감증’이란 위험한 악이 우리 삶을 너무나 지극히 평범하고 위태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삶 속에서 받아들인 ‘안전불감증’의 평범성이 우리 삶을 위험하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 감수성(공감능력)이 결여된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문화·관습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꾸준히 물어야 한다. 

당신이 사고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로 안전공감력이 떨어진다면, 이미 위험은 당신의 삶 안에 내재돼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안전에는 각자도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유기체적으로 연결된 존재안에서 각각의 개인이 ‘안전감수성’을 바탕으로 안전과 나 자신을 일체화시켜야 진정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더해져 사고 앞에 무너진 것은 사고책임자들의 형식적인 ‘사과’였다. 그들의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는 희생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과’라는 번듯하고 예의 바른 외투에 온갖 꼼수와 변명으로 꽉 차 있는 괴물같았다. 

이번 사고 소식을 들으며 지난해 5월 17일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의 슬로건 선포식에서 안전은 단순한 들러리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안전이 비운 자리에 더 이상 사고가 군림하지 않길 바란다. 

2020년 4월 어느 날 이천 사고 현장에 안전은 없었고 그 자리에 사고가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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