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애물단지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최문형 교수
news@segyelocal.com | 2020-03-11 15:47:12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아이가 애물단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태어날 때부터 온 집안을 수선스럽게 만들더니 크면서 챙겨줘야 한다.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내 새끼니 날 닮아 그런 거니 죄를 씌울 수도 없고, 그저 내 탓이려니 해야 한다. 

우리는 왜 아이에게 올인 할까? 

피를 나눈 가족과 친척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오랫동안 서구 합리주의의 적이었다.

근대를 연 사회철학자 막스 베버는 혈연관계를 심지어 ‘우상’이라고까지 단언하며 사회발전을 위해 파괴하고 지양해야할 유대로 지목했다. 

관료제라는 합리적 사회시스템을 추구한 그에게 혈연 간 유대는 정실과 사리(私利)의 온상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근대는 한편으로는 ‘민족’이란 개념을 만들고 그 기초에서 국가를 건설했다. 

동양은 어땠을까? 중국을 보자. 

지금 현대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울타리로 지탱해주는 유학은 혈연관계를 블록처럼 쌓아올린 체계다. 

공자의 대표적 사상인 인(仁)이 휴머니즘임은 사실이지만 그 사랑의 뿌리는 혈연간의 사랑이고 유대다. 

가장 원초적 혈연관계인 부모 자식간의 친밀함에 근원을 두고 있다. 

거기에서 시작해 형제자매간의 우애와 친족 간의 화합, 지역사회의 유대로 확장돼 간다. 

효(孝)와 제(悌)라는 가족 간의 정이 무너지면 인(仁)은 성립되지 않는다. 

‘내 새끼’와 ‘우리 부모님’을 향한 끈끈함을 인류애의 핵심으로 보았다.

얼핏 보면 모순적으로 보인다. 

사실 공자는 혈연에 대한(유전자를 많이 공유한 존재에 대한) 애틋한 돌봄을 확장하고 또 확장하다 보면 온 세상 사람을 다 아껴줄 수 있다고 했다. 

수천 년 전 공자의 생각은 과학시대 새로운 학문과 맞아 떨어진다. 

자식한테 쩔쩔매는 건 사람 뿐만이 아니다. 

새도 물고기도 코끼리도 늑대도 자식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식물이나 동물도 마찬가지다. 

혈연 다음으로 치는 것이 이웃이다. 

식물은 광합성 할 탄소를 뿌리를 통해 이웃과 나누고 동물도 이웃을 챙긴다. 

흡혈박쥐는 동굴로 돌아와 먹지 못한 가족과 이웃에게 피를 게워내어 먹인다. 

인간 또한 이웃을 도와준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인간이나 이웃간 돕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한 탓이다. 

이렇듯 지구상에 생명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든 살아내느라 골몰한다. 

코비드19 국면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 손 내미는 우리 정부의 마음 씀씀이가 정겹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인에게 대문을 닫아걸고 그들을 터부시 하는데 이웃의 아픔을 느낄 줄 아는 감수성이 훌륭하다. 

가족이고 혈연인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예전부터 동이(東夷)로 불리운 우리는 따뜻하고 겸손한 아량을 지녔다. 

순하고 지혜로운 민족이다. 

그래서 이웃의 아픔에 기꺼이 동참하는 정부의 도량을 이해하고 협조해 왔다.

그렇다고 그들로 인해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사정은 다르다. 

현명한 정부라면 이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생존법을 가르친다. 

이웃보다 혈연이 소중하다고. 피를 나눈 사이는 천륜(天倫)이라고. 

생득적으로 운명지어진 관계에는 결코 소홀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혈연을 무시한 인물은 댓가를 치러야했다. 

로마의 네로도 조선의 연산군도 혈연을 살해한 값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상시대로 꼽히는 중국 고대의 순임금은 이웃들의 추천으로 왕위 선양자로 지목됐다. 

그런데 그 공은 그의 아버지에게 돌릴 일이다. 포악하고 우둔한 아버지(고수)에게 끝없는 효심을 보인 것이 요임금의 눈 에 들어 왕이 됐으니까. 

그걸 보면 역사도 자연의 법칙을 선호하는 듯하다. 

인간 역사 또한 자연의 장수비결을 닮고 싶지 않겠는가? 

길고 긴 지구 역사를 지탱한 생명체의 비밀이 ‘혈연선택’이고 이렇게 각 종과 집단들은 생명을 이어왔으니. 

뭉쳐야 산다. 누구와 뭉치는가? 

첫 번째이고 대체할 수 없는 상대는 혈연이다. 이 법칙을 자연스럽게 실천한 개인과 집단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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