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민소환제? 국민소환제?…“대체 뭐기에”

동물·방탄 국회 논란에 소환제 요구 움직임…“결정은 국회 손에”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19-08-21 10:48:44
일하지 않는 국회에 성난 여론은 국민소환제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사진=세계로컬타임즈DB)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한창 국회 파행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말 동물 국회에 이은 방탄 국회 논란이 확대되면서 여론은 ‘국민소환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내 호주머니를 털어 월급을 주지 않겠다는 강한 경고를 넘어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까지 탄핵한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한 시대적 메시지까지 포함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과거 10년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만 오르내렸던 ‘국민소환제 도입’ 사안은 국민청원 20만 명을 돌파한 6월 당시 청와대가 찬성 입장으로 국회를 압박하면서 사회적 공론화 작업에 불을 붙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 지역의 국민소환제 격인 ‘주민소환제’를 도입해 운영해오고 있다.


청와대는 당시 복기왕 정무비서관의 입을 통해 주민소환제의 정상적 운영에 따라 국민소환제 정착도 가능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학계 등에선 국민소환제 도입을 두고 대한민국과 같이 보수-진보 성향이 뚜렷한 대결 구도 아래선 정치적 이권 싸움으로 번져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과 국회의원 스스로 제 목에 총을 겨누겠냐는 내용의 회의론 등 부정적 시선이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여당 등을 중심으로 국민소환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대비된다. 일단 선거서 뽑히면 임기가 자동 보장되는 현 국회의원 운영 제도에 의구심 짙은 국민 여론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일 안하는 국회의원 내쫓아야도입 가능성 있나?

촛불성숙한 시민의식민주주의 열망 심화발전

 

지난 촛불 집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한국 시민의식은 이제 민주주의 심화·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런 발전적 과정 중 난제로 꼽힌 국민소환제 사안이 이미 도입돼 운영 중인 주민소환제에 비교된 가운데, 또 다른 일각에선 여전히 정착 과정에 있는 주민소환제의 공고한 내실화가 더욱 시급한 과제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선 먼저 성숙한 시민의식에 따른 주민참여제 정착이 우선돼야 하며, 이 가운데 주민소환제가 거론된다.


주민소환제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인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의 자율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주민의 직접적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소환제 역시 이 같은 주민소환제 도입 취지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법 적용이 이뤄진다는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민소환제 도입은 자칫 국회의원 등 정쟁 수단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현재 대통령은 헌법상 탄핵제도 규정으로, 지방의원·자치단체장·교육감 등은 법률상 주민소환제 도입으로 각각 임기 중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로 제한해 국민의 손으로 파면할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국회의원만큼은 면책 특권에 더해 이 같은 처벌 규정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투표로 뽑는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이들의 존재에 그동안 국민 눈총은 따가웠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소환제 도입은 부적격자라고 판단된 국회의원을 유권자 손으로 직접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의 ‘국민소환제 도입’ 찬성 목소리는 입증된 상태다.


앞서 <서울신문>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7%가 이에 찬성했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설문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방분권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물론, 정치권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소환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명분까지 확보됐다.

 

여론과 괴리된 국민소환제 도입 난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내실부터 다져야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가 10년 이상 관련법안을 수차례 기간경과 등 소위 ‘뭉개기’로 일관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 2007년 주민소환제는 도입됐으나, 당시 함께 검토됐던 국민소환제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격렬한 반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지금도 총 5건의 ‘국민소환제 도입’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잠든 상태다. 내년 총선이 임박한 현 시점 이번 회기 내 제도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회의론이 짙은 이유다.


일각에선 헌법에 ‘국회의원의 4년 간 임기’ 규정을 이유로 개헌이 먼저라는 주장까지 나온다.깊게 들어가면 우리나라가 표방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인 국민소환제 도입이 헌법상 충돌한다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실제 대의민주주의를 운영 중인 대다수 선진국들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설사 도입이 된다 하더라도 한국 정치권 특유의 극단적 이념 편향성에 따라 ‘상대당 흠집내기’ 등 정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과 오직 ‘여론’만을 의식한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 등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이 같은 우려를 ‘기우’라는 표현으로 일축했다. 주민소환제 도입으로 이미 부작용 최소화란 명제가 성립됐다는 것이다.


당시 복 비서관은 “정적 공격을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보다 인기영합주의를 좇을 여지가 있다고들 한다”며 “하지만 이미 주민소환제가 실시 중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경험으로 미뤄 그 위험성은 기우였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물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소환제 도입은)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소환 요건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 사안을 법률로 정하면 된다”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학계 등에선 주민소환제와 국민소환제는 법 적용 측면에서 엄연히 다르다는 이유로 일률적 비교를 통한 도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학 전공 대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을 하지 않는 의원의 구별 기준으로 국민소환제 도입이 추진될 경우 자칫 제도 탄생의 근본적 취지마저 흔들릴 우려가 크다”면서 “주민소환제의 국내 정착 역시 아직까지 매우 불완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10년 남짓 운영된 주민소환제를 두고 그간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투표절차 등 높은 제도적 장벽을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주민소환제 불완전 정착…전자서명 도입 등 ‘난항’
여론 등에 탄 靑 압박…
국회 제 머리 깎을까 회의적

 

과거 군위군·예천군 등에서 굵직굵직한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 지방의원 등을 주민들이 소환 추진했으나 투표율 미달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주민소환제는 먼저 직접 종이에 서명을 받아 일정 참여율(지방의원의 경우 20%)을 넘길 경우 소환투표를 청구하고, 실제 투표를 거쳐 소환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 직접 종이 서명을 받아야 하는 고충에 투표단계까지 가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다수 주민소환 절차가 출발점에서 멈춰서는 이유이자 전자서명 방식의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배경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 올 1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주민소환제의 전자서명 방식 도입을 추진, 국회에 넘겼으나 여전히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소환제는 고사하고, 이미 도입된 주민소환제의 정상적 운영마저 국회의원 의지에 달린 것이란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주민소환제 당초 취지인 주민들의 정치참여 욕구의 부응,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감시 및 견제 강화 등은 제도 도입 10년 이상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 자체의 취지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공헌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지방자치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향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주민자치제의 허와 실을 철저히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단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민소환제 도입에도 절차상 어려움에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발생한 이른바 예천군의회 추태 외유논란에 휘말린 소속 의원들이 청사 앞에서 군민들에게 용서를 빌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분명한 찬성 입장은 이 같은 주민소환제 시행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리·도덕적으로 타락한 ‘무소불위’ 권력의 국회의원들에게 대의제를 보완한 직접 민주주의 적용으로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이번 청원(국민소환제 도입)은 현재 대의제 하에선 국민이 자신의 대리자를 선출할 수는 있지만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이런 법적·제도적 장치가 단순히 국회의원 파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윤리의식과 자정능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가 되는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고 여론을 분석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윤리의식과 자정 능력이 떨어질 때 국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를 통해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그 직에서 퇴직시키거나 임기를 종료시키는 제도로 많은 분들이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 여론을 받아 청와대가 입장을 표명한 현 시점, 국민소환제 도입 여부는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정부가 꺼내든 주민소환제 보완 문제도 국회로 넘어갔다.


각종 사회적 우려에도 지방자치 강화에 맞물려 여론 열망이라는 강력한 시대적 요구가 있는 만큼, 이들 사안 성패의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 의지’에 날로 감시의 눈은 늘어가고 있다.


‘일하지 않는다’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 쓴 국회. 향후 ‘제 머리를 스스로 깎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이미 공분의 임계점을 넘어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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