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마음먹기’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최문형 교수
news@segyelocal.com | 2020-04-17 16:08:21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잔혹한 나치의 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의사가 있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생사도 모른 채 살아온 그는 운명의 도움인지 죽음의 기로에서 풀려났다. 

종전과 해방으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온 그는 여동생 하나만 살아남았고 사랑하는 아내를 비롯해 어머니와 동생도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후로 급작스레 희망을 잃고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빅터 프랭클 박사(1905~1997)의 이야기다. 

정신과 전공의인 그의 주요 관심사는 다름 아닌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것이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그는 학생 시절부터 우울증 치료를 위한 의료 봉사에도 적극적이었다. 

나치의 압박이 심해져 결국에는 수용소로 끌려가면서도 자신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일상으로 돌아간 후 자살의 충동을 갖게 된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제목으로 번역된 그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수용소 안의 어느 새벽, 떨어져있는 아내를 생각하는 대목은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하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아내를 떠올리며 아내의 목소리와 숨결을 느끼는 장면은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때때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하나 둘씩 빛을 잃어가고 아침을 알리는 연분홍빛이 짙은 먹구름 뒤에서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은 온통 아내 모습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머리 속으로 그렸다.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웃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진솔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실제든 아니든 그때 그녀의 모습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렇다! 그를 살아남게 한 것은 가족에 대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었다.

어딘가에 있을 아내를 그리며 그녀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염원이 삶의 끈을 이어가는 동력이 됐다. 

이제 아내는 스러지고 없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치유해 간다. 

마음 속에는 자신의 삶의 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 

수용소에 갇힐 때 가지고 갔던 원고뭉치, 들어가자마자 빼앗긴 원고 속에 그것이 들어있었다. 

수용소 생활 내내 그 임무를 잊지 않고 어디에든 자신의 단상들을 적었다. 

그 일은 그의 운명이기도 사명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 그토록 소중한 자신의 삶의 목적을 당당하게 꺼내들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영어판 제목은 ‘Man’s Search for meaning‘이니 우리말로 하면 ‘인생의 의미를 찾아서’ 랄까? 

이 책은 1946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1991년 미국 의회도서관과 ‘이 달의 책 클럽(Book of the Month Club)’에 의해 미국에서 나온 10권의 영향력 있는 책 중 1권으로 선정됐으며, 1997년 저자의 사망 당시 24개 언어로 1억 부가 팔렸다. 

그의 경험과 식견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빅터 프랭클 박사가 죽음의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자신의 삶의 의미 추구, 즉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 한 컵의 물이 배급되면 반만 마시고 나머지로 세수와 면도를 했다.

숨겨둔 깨진 유리조각이 면도 도구였다. 또한 그는 수감자 중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다른 연구물과 일본과 북한, 북베트남의 포로수용소에서 실시한 정신치료연구조사도 동일한 결론을 보여준다. 

그러면 속박된 인간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떠한 심한 시련과 고통이 와도 자신의 마음은 바로 자신의 것임을 챙기는 것, 그래서 이 마음을 지켜서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결정과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고 누리는 것이다. 

“힘든 상황이 선사하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여기,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이 결정은 그가 자신의 시련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경제적이나 사회적이나 심리적으로도 혹독하게 힘든 요즈음, 빅터 프랭클 박사의 ‘마음먹기’ 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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