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VAR? 이런 식이면 필요성 없다

최경서 기자
noblesse_c@segyelocal.com | 2019-09-23 16:05:28
▲ 토트넘의 손흥민. (사진=EPL공식 홈페이지)

‘인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오류들을 정확하게 재검증하기 위해 탄생한 ‘VAR(비디오판독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s)’이 잘못 쓰여지고 있다.


VAR을 사용하려면 우선 골이 발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오프사이드 등 파울이 가해져야 한다. 혹은 파울로 인해 명백한 골 찬스를 잃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월드컵·챔피언스리그 등에서는 VAR 사용에 따라 수많은 논란이 발생됐다.

대표적으로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2018-2019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예로 들 수 있다. 해당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버저비터 골이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오프사이드로 무산됐고, 토트넘의 골은 요렌테의 핸드볼 의심을 받은 끝에 결국 인정됐다. 이 결과로 맨체스터 시티는 토트넘에게 패해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됐다.

물론, 한국과 독일의 러시아월드컵 경기처럼 VAR 사용으로 인해 깔끔한 경기가 된 경우도 있지만, 모든 일은 결과로 말한다. 좋은 사례보다 좋지 않은 사례가 많으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되기 마련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VAR을 도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는 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VAR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손흥민의 오프사이드 장면. (사진=데일리메일)

손흥민의 ‘속눈썹 오프사이드’

이번에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주말 토트넘과 레스터시티의 EPL 6라운드 경기에서 발생됐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반 29분 케인이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후반 19분 세르지 오리에가 추가골을 기록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으나, VAR을 통해 골이 번복됐다.

이론적으로 오프사이드는 패스가 출발하기 직전 즉, 발에서 공이 떨어지기 전의 위치를 기준으로 상대의 최종 수비수보다 뒤에 있던 선수가 경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경우 발생된다.

VAR이 패스의 출발 타이밍으로 잡은 순간의 화면을 보면 당시 손흥민의 위치는 레스터시티의 수비수 조니 에반스와 동일선상이다. 그러나 VAR 결과는 손흥민의 오프사이드였다. 어깨가 1.6cm 앞서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것이다. 규정상 오프사이드의 기준에서 팔과 무릎 등은 제외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팔이고 어디까지가 무릎인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VAR 감독이 패스 출발 타이밍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얘기가 된다.

현지에서는 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VAR을 두고 손흥민의 ‘속눈썹 오프사이드’를 잡아냈다고 조롱했다.

VAR을 도입한 이유는 극히 원칙적이면서도 주관적인 판단을 위해서가 아니다. 명백한 오심을 잡아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VAR이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면 있으나 마나다. 아니 이런 식이면 차라리 없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

 

▲ 토트넘의 노 골 선언.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봐도 모르는’ VAR, 무슨 의미가 있나

몇 몇 심판들은 VAR을 수차례 본 후에도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듯 판정을 유지하거나 그냥 번복해버리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발생한 요렌테 핸드볼 관련 VAR 장면에서는 주심이 ‘봐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판정을 유지했고, 이번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오프사이드를 두고 주심이 VAR을 수차례 확인했으나, 역시 모르겠다는 식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이는 곧 VAR의 기술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PL의 ‘레전드’ 공격수인 앨런 시어러는 이번 논란을 두고 “100% 완성되지 못한 VAR이 경기를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VAR로 오프사이드를 확인할 때 화면에서 보여지는 각도나 기준선 등의 애매함은 처음부터 계속 지적돼 왔던 부분이다. 수차레 실험을 거친 뒤 정식으로 도입된 VAR이지만, 꾸준히 지적됐던 부분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도입됐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존재하는 VAR을 보고도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한 번이라도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확실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어느 심판이 판정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축구 규정은 어딜 가나 동일하다.

▲ 토트넘.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여전히 싸늘한 반응, 변화가 필요하다

EPL은 다른 리그에 비해 다소 늦은 시기에 VAR을 도입했다. 수많은 반대와 VAR을 향한 의문이 제기된 끝에 결국 VAR을 도입했지만, 현재 VAR을 둘러싼 현지 매체와 축구 전문가들의 평가 및 반응은 싸늘한 그대로다.

영국 언론 ‘BBC’는 이번 판정을 두고 “굉장히 빡빡한 VAR”이라고 표현했고, ‘풋볼 런던’은 “가장 이상한 VAR 판정”이라고 하는 등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을 뿐이다.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개리 리네커는 “지금의 VAR은 완전히 쓰레기”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고, 피어스 모건 역시 “VAR가 다시 한 번 경기의 파괴자임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피터 슈마이켈은 “VAR은 명백한 오심을 바로 잡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마이크로미터 오프사이드 판정을 번복하라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숨 지었다.

VAR 도입 이전 당시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고 넘겼던 만큼 이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자포자기’식 반응도 적지 않다. 논란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VAR이 오히려 논란을 만들어낸다면, 단언컨대 VAR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같은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VAR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미완성 기술’, ‘심판의 과한 개입’, ‘판정 기준 불확실’ 등을 해결하고 VAR에도 명백히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추가하는 등 변화를 줄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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