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칼럼] ‘역병’, 실종된 일상

황종택 칼럼니스트
news@segyelocal.com | 2020-11-02 16:11:19
▲황종택 칼럼니스트
사람에게 가장 귀한 것은 생명이다. 

 

목숨이 유지돼야 개인 행복도, 공동체를 위한 봉사도 가능하다. 

 

물론 생명은 정신이 기본이며, 몸은 정신이 깃들 수 있는 도구다. 정신을 지나치게 쓰면 생명이 고갈되고, 몸을 너무 혹사하면 쉽게 늙고 병든다. 

 

우선순위는 있다. ‘건강한 체력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맞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지 않은가. 


해외서 극찬 코로나19 방역 성과 

작금 우리는 역병(疫病), 이른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누렸던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예컨대 잃어버린 가을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추수에 대한 감사와 가을 색의 감동으로 맞이해야 할 가을이 아니던가. 

 

백두에서 설악으로, 한라로 이어진 가을 단풍 물결의 감동을 예전처럼 누리지 못했다. 

 

하긴 실종된 일상이 어디 이뿐이랴.


그나마 안심되는 바는 대한민국의 방역 성과다. 

 

구미 각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 유세 행사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며, "한국의 인구 당 사망자가 미국의 1.3%에 불과한 것은 그들의 정부가 자신의 업무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K방역은 각 국가에서 방역시스템을 전수받기 원할 정도로 코로나19 대응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경험에 기반을 둔 효과적인 행정과 민주적인 소통 구조 등에 힘입어 다른 선진 외국과 달리 전국적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이 민간 중심 의료체계의 우수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로는 공공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사망률이 한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들며, 이러한 결과가 한국의 민간 중심 의료체계가 유럽 선진국의 공공의료체계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첨단 의료기술로 무장한 미국의 의료체계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확진자와 사망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어야 함에도 결과는 그렇지 않다. 

 

결국, 공공성이 강한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유럽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온 것은 중환자 병상이나 치료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초기방역 실패로 인하여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병상이 유럽보다 많다고는 하지만 사망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구 천 명당 중환자 병상을 따져보면 유럽이 훨씬 더 많다.

 

의사와 간호사 인력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결국 미국·유럽 등 여러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핵심은 초기 대응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초기방역에 실패해 유럽과 미국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했다면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활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국·유럽과 같은 대규모 발병에 대비해 방역 체계를 한층 더 강화할 때이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 등과 같이 감염병 진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시·도별 감염병을 전담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확보해 진료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


감염병 통합관리시스템 재설계

나아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대응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인력・조직・거버넌스 등 전반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지방분권 시대에 최일선 행정단위인 시·군·구, 읍·면·동의 방역 시스템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 

 

중앙-지방정부가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감염병 통합관리시스템을 설계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살필 건 또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보험재정을 통해 국민이 의료비 걱정 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확진자를 찾아 적기 치료로 이어지는 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에서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건강보험제도를 재정립해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될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주체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국부(國富)의 원천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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