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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연 시인 |
우두실에 사는 외삼촌이 오시던 날
어머니는 안광 뒤주에 아껴두었던
쌀 한 됫박을 가지고 나오셨다
쌀밥 먹을 생각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들에게
어머니는 밖에 나가 놀라며 누릉갱이*
한 볼텡이씩 입에 넣어 주었지만
윗방 샛문 문종이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아버지와 외삼촌이 진지 잡수시는 걸
숨죽이며 지켜봤다
‘오빠! 물마네’---
동생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황급히 동생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것이
그만 문을 밀치며 동생과 내가
안방으로 와락 넘어지고 말았다.
* 누룽지를 말하며 충청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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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충남 당진출생
시인, 서예가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중앙공무원임용 교통부정년, 한국문인협회원, 목란문학회 이사,
시집 상수리가 익어가는 마을·다랭이 마을 외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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