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바니샤의 공감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0-09-22 16:32:56
  ▲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신경과 전문의 의학박사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인간의 감정을 1차 감정(기본감정)과 2차 감정(사회적 감정)으로 구분했다. 

1차 감정은 공포·분노 같은 것인데, 고등동물들도 갖고 있는 원시적인 감정이다.

사회적 감정인 2차 감정은 경탄·시기심·수치심·경멸·공분 등을 말한다. 

다마지오는 감정이 출현되는 과정을 감각영역을 통한 자극의 전달과 신경연결의 작용이라고 했다. 

그는 감정을 신체운동으로 규정하고 신체적으로 이해했다. 

쉽게 말하면 ‘공포로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뛰어서 공포를 느낀다’ 와 같은 경우다.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감정은 ‘공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ll)은 유인원의 ‘2차 공정성’을 연구해 ‘공감’ 능력을 밝혔다. 

보노보 판바니샤는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양의 우유와 건포도를 상으로 받았다. 

좀 떨어진 곳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목할 것은 판바니샤가 이 보상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상으로 받은 우유와 건포도를 먹지 않고 실험자들에게 자신의 동료들을 계속 가리켰다. 

실험자들이 다른 보노보들에게도 먹을 것을 조금 주자 판바니샤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자신에게 준 것을 먹었다. 

보노보 판바니샤는 왜 상으로 받은 먹이를 선뜻 먹지 못했을까? 

가족과 친구 등 동료 보노보들의 부러운 시선에 ‘공감’해서가 아닐까? 자신의 능력으로 보상을 받긴 했지만 그러한 혜택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만약 판바니샤가 동료들이 시새우는 앞에서 상으로 받은 음식을 다 먹었다면 훗날 그 행동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어떤가? 수렵과 채집이 일어났던 원시사회에서도 사람들 간의 분배는 공정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아무리 사냥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 기술을 자랑하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여 그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동양의 고전 <주역>의 함(咸)괘에도 나타난다.

함(咸)은 감(感)을 뜻한다. 여성적인 것이 위에 있고 남성적인 것은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기운이 서로 감응해 함께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낮추니 형통하고 길하다고 했다. 

그러한 원리가 만물을 화생시키듯, 성인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서(공감해) 세상이 편안하다고 했다.
 
부드러운 기운과 강한 기운이 만나는 것은 대조적인 두 존재가 교감하는 순간이다.

마음이 전달돼 함께 감응하면 서로는 서로를 긴밀하게 끌어당기게 된다. 

그런 과정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일에 성공하게 된다. 

프란스 드 발이 명명한 보노보 판바니샤의 ‘2차 공정성’은 이러한 공감과 관련이 있다. 판바니샤는 동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감정은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사회적 감정으로 분류한 시기심이었을 수 있다. 

정당한 대가의 보상이었지만 판바니샤가 의기양양하게 음식을 먹었다면 무리의 공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판바니샤는 자신의 혜택을 동료들과 나눌 줄 알았다.

자신의 사냥 실력을 뽐내지 않는 원시인처럼 현대인들도 갖가지 방식으로 공분과 시샘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 한다. 부자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시새움의 표적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가장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방법은 자신의 부를 타인들과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성금이나 기부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 또한 그들이 공감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2차 공정성은 무리를 이루고 사는 생명체들에게 중대한 관심사일 것이다. 

마술사들의 텔레파시 능력은 무엇일까? 상대가 어떤 카드를 골랐는지 맞추는 마술사의 능력은 독심술이 아니다.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몸을 읽는 것이다. 마술사는 상대의 시선이 어떤 카드로 갔는지를 관찰하는 능력을 가졌다. 

상대를 유심히 관찰해 상대의 행동이 갖는 정보를 종합해 분석한다. 

나의 관점이 아닌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니 그들 또한 대단한 ‘공감’ 능력을 지녔다. 

마술사의 인기와 성공은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몸짓을 읽는 공감에서 비롯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요즈음 한국인들이 특정 정치인에게 느끼는 공분 또한 이 공정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기다려도 2차 공정성, 그리고 그와 관련한 공감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이미 국민들은 눈짓과 몸짓으로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공정과는 거리가 먼 특혜의 문제를 공감으로 푸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울까? 

남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보다 생존에 훨씬 더 기본적인 능력은 공감이라고 프란스 드 발은 말한다. 

‘공감은 생물학적 명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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