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시민 의식

[기자수첩] 최환금 기자
최환금
| 2020-03-17 16:32:16
▲ 새벽 시간에 횡단보도 앞에 차량들이 정지 신호에 맞춰 정차해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시민 의식이 성숙했다. 


예전 우리 민족에 대해 ‘의식이 경제 발전에 따르지 못해 뒤처졌다’고 하고, 모 그룹 회장 아들은 ‘미개하다’고 말해서 논란이 됐던 적도 있을 만큼 낮았다.


그랬던 대한민국 시민 의식이 선진시민 못잖은, 아니 더 나은 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지금은 코로나19(신종 바이러스감염증)로 세계가 신음하고 초비상이 걸린 비상시국이다. 그래서 손 씻기·마스크 착용 등의 개인 위생이 더욱 철저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감염이나 질병에 대항해 병원균을 죽이는 힘’인 면역력이 강조되기에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인 체력 관리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이를 위해 휘트니스센터나 짐(GYM)·헬스클럽 등을 가려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꺼려진다.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운동을 하는 관계로 코로나19 전파가 쉽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간편하게 근처 공원이나 동산에서 이른바 조깅(아침 달리기)·야깅(저녁 달리기)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해야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생각에 평소 달리기를 안 하던 사람들도 합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주변에 공원 등이 없어 부득이 도로변을 달리면 불가피하게 신호등을 건너는 경우가 있다. 조깅·야깅 모두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달리게 되므로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은 시간이다.


따라서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횡단보도에서도 신호등만 보고 건너기는 불안하다.


기자가 조깅한 3월의 어느날 새벽 5시 20여분경 고양시 화정동의 한 대로에 있는 횡단보도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새벽 시간이라 건너는 행인이 한 명도 없는데도 빠르게 지나가던 차량이 마치 누가 지시라도 하듯이 모두 정차했다.


그리고 그 신호등 불이 초록불로 바뀔 때까지 그대로 서있었다.

 


▲새벽 시간에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차량들이 녹색 신호로 바뀌자 출발하고 있다. 달리기 중에 촬영한 사진이라 영상이 흔들린 점에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세계로컬타임즈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을 경우 횡단보도 앞에 차량이 정차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놀랍게(?) 느껴진 것은 필자 세대에서는 새벽시간에 신호등 빨간 불이라고 정차한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만큼 살기 어려워 시간에 쫓기면서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택시·화물차 등은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거의 과속을 하고 다녔다. 그로 인해 인명사고도 많았다.


그런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변한 것이다. 


20여년 전에 모 방송국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양심냉장고’라는 프로그램 코너를 진행했다. 늦은 시간에 횡단보도 앞의 정지선을 차량들이 얼마나 준수하는가를 살펴보고 횡단보도에 행인이 있든 없든 신호를 지키는 차량에게는 냉장고를 선물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차량이 행인 여부에 상관없이 정지선을 정확히 지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는 어떤가’라는 생각에 진행했다. 

 

결과는 부끄러울 정도였다. 대부분의 차량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빨간불이 켜졌을 때도 정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차량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정지선을 지키고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초록불일 때 가는 차량에게 냉장고를 주는,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얘기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냉장고를…’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아무튼 새벽 시간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정확하게 정차한, 누군지 모를 그 운전기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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