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우려…미확인 경로에 초긴장

‘심리방역’ 균열조짐…“생활방역 전환 섣불렀나” 지적도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5-13 16:53:26
▲ 최근 이태원클럽발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일상으로 돌아가기 이렇게 힘들다”, “국제적으로 칭송받던 한국 정부에 치명적인 타격”, “그동안 한국 방역 성과에 커다란 위협” 등등…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이른바 ‘K-방역’을 앞세워 모범국 칭송을 받던 한국에 대해 최근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다. 자그마한 심리방역 균열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대가나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력을 동시에 경계하는 의견들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강력하게 유지해왔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를 지난 6일자로 완화하고 생활 속 방역체제로 전환했다. 초중고 학생의 오프라인 개학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대표적 여행지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심리방역은 흔들렸다. 특히 클럽‧주점 등 일부 유흥업소에 북적이던 인파 모습에서는 감염병 확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장면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6일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안 죽는다”던 일부 시민 말 그대로 20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태원클럽 발(發) 국내 코로나 확산의 시발점이다.


12일 오후 기준 이태원클럽발 전국 확진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이들로부터 전파된 2‧3차 확진자도 연일 증가세를 타고 있다. 최초 확진자 발생 6일 만에 일이다.


문제는 최근 방역당국 조사 결과 감염경로가 오리무증인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태원클럽발 최초 확진자인 용인 66번째 환자가 발병 시점 등 각종 정황을 이유로 ‘슈퍼 전파자’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역사회에 이미 많은 감염병 전파가 이뤄진 뒤 지연 발견되는 이른바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하면서도 당시 이태원 지역 방문자 90%의 신속한 검사를 목표로 상황을 수습해나가고 있다.


지난 120여 일 한국인 특유의 우수한 감염병 대처력을 전 세계에 보여온 만큼 이미 현실화된 재확산 우려 불식과 자긍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국내 창궐시기 다잡았던 심리방역을 다시 한 번 조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클럽 발() 확진자 100명 넘어서

용인 66번 확진자 슈퍼전파자아닐 가능성

 

한동안 잠잠했던 바이러스 공격은 최근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을 찾았던 확진자 발생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중대본에 따르면 13일 기준 신규 확진자 26명 가운데 무려 21명이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다.


지난 6일 용인시는 관내 66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9세 남성 A씨에 대한 동선 공개 결과 하룻밤 새 클럽 3곳을 방문하는 등 이태원 지역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이 파악한 A씨의 접촉자 규모는 1,00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직장동료나 클럽 내 접촉자 등 2차 감염 행렬은 잇따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허술한 심리방역의 실태는 지속됐다. 당국 발표 직후 일부 클럽 등 유흥업소는 정상 운영을 이어갔으며, 여론 압박과 지자체 경고에 한시적이나마 문을 닫았다. 일부 이용자들의 느슨한 감염병 인식도 국민 공분을 불러모았다.


더 큰 문제는 일각서 제기된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다.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성소수자 전용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 언론기사들이 쏟아졌고, 댓글 등 일부 네티즌의 성차별적 공격이 이어지면서 결국 사안의 본질은 흐릿해졌다.

 

▲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방역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이 언론브리핑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런 사회적 낙인찍기 행태를 두려워한 당시 이태원클럽 방문자들은 숨어버렸고, 방역당국과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는 불가피해졌다. 정부‧지자체의 자진 신고‧검사 권유나 경고에도 여전히 이들 가운데 상당 수는 모습을 감춘 상태다. 


이와 관련,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기자협회에서 차별을 부추기는 표현이 결국은 방역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며 “저희 방역당국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감염병 신고와 검사, 그리고 격리 치료과정에서 국민 누구라도 불편과 편견이 없도록 언론은 물론, 또 다른 모든 국민들도 같이 해야 하겠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이태원발 감염 확산에 대한 골든타임을 13일로 보고 있다. 이는 첫 환자로 추정된 ‘용인 66번 환자’ A씨가 지난 1일 밤∼2일 새벽 클럽을 찾은 점과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이태원 인근에 머문 당시 접촉자 90% 이상에 대한 검사 완료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여전히 ‘숨겨진’ 다수의 감염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골든타임 사수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익명검사 등 지자체별로 자발적인 검사 권유는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에 인천부산 등 전국 동시다발적 확진

방역당국 조용한 전파, 최대 우려

 

이런 가운데, 최근 이태원클럽발 감염과는 무관한 확진자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코로나19 국내 재확산 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의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이태원클럽 확진 이전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클럽발 확진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홍대 인근 주점을 찾았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22세 남성 B씨는 지난 7일 홍대 인근 주점에 지인들과 함께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B씨는 이태원클럽을 방문하지 않았고 클럽 방문자 접촉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광안리를 찾았던 20대 여성 C씨(인천 남동구 거주)도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여성 역시 이태원클럽 관련 아무런 접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용인 66번 환자가 방문하지 않은 또 다른 이태원클럽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등 당초 ‘66번=슈퍼 전파자’ 가설이 옅어지고 황금연휴 기간 지역감염이 이미 만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콜센터나 교회‧요양원 등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양상과는 다르다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번 클럽발 사례는 기존과 달리 복수 감염원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기존 집단감염의 경우 집단 내 ‘동일한 사람들’이 수차례 접촉하면서 전파된 것과 달리 클럽발 집단감염은 ‘불특정 다수’가 특정 시점 한 자리에 대거 모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의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태원클럽발 사례는 속도와 규모면에서 앞선 집단감염 양상과는 크게 다르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6일 이후 엿새 만에 관련 환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클럽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확진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휴 전후로 이미 지역사회에 ‘조용한 전파’가 이뤄졌고 다중밀집시설인 클럽에서 감염이 확산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모양새다. 실제 현재 방역당국은 이태원클럽은 물론 인근을 다녀온 방문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촉구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최악은 지역사회에 이미 많은 전파가 이뤄진 뒤 뒤늦게 발견된 상황일 것”이라며 “감염자를 하루라도 빨리 발견해 추가 전파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20일 간 악전고투를 이어온 의료진과 시민,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이라는 큰 성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심리방역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체계로 전환한 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설 내에서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가운데, 역학조사 결과 용인 66번 확진자도 이태원클럽 출입 당시 마스크를 미착용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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