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린 트라우마…미성년자 동물해부 전면 금지해야

동물보호법 규제완화 논의 본격화…“학교는 예외?”
김영식 기자
ys97kim@naver.com | 2020-04-24 16:56:51
▲ 최근 미성년자의 동물해부 실습을 전면 금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관련 예외사항 적용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광범위한 예외 적용이 자칫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카라 SNS 갈무리)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동물해부 실습을 둘러싸고 논쟁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고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됐다. 


◆ 감수성 예민한 시기…“인생 전반 악영향”


이에 따르면 초중고 등 중등교육에선 동물해부 실습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위반 시 1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동물 사체 관련 해부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해당 법령에 대한 광범위한 예외 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법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창 감수성이 민감한 사춘기 시절 청소년들에게 동물해부 실습은 일생 전반에 걸쳐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발표한 ‘미성년 해부실습 경험과 트라우마적 기억 사례’에 따르면 현직 의사 백모 씨는 “무분별한 동물실험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지적했고, 생명과학 전공자인 조모 씨는 “해부수업으로부터 얻은 유일한 것은 생명 경시”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학교 시절 개구리 해부실습 이후 수십년 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연과 실습 시간 교실은 온통 울음바다였다는 회상 등등 미성년자의 동물해부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랜 기간 이어져왔고, 이는 이른바 ‘동물해부금지법’으로 구현된 듯 했다.


이런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예외사항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동물 실험 시행기관과의 협약이나 학교 내 윤리위원회 심의를 전제로 해부실습을 허용토록 했다. 동물 사체의 해부 실습도 윤리위 규제보다 덜한 학교운영위원회 승인으로 가능해진다. 


결국 금지조항의 예외를 ‘학교’ 재량에 맡기겠다는 셈이다. 앞서 금지법은 학교 또는 동물 실험 시행기관 등 부령으로 위임된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단 바 있다. 


이와 관련,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예외 규정이 상위법 취지를 무색케 하는 조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등 예외를 규정한 단서 조항이 미성년자의 해부실습 금지라는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카라 간현임 팀장은 “선택권조차 없이 이뤄지는 동물해부 실습으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정교한 모형 교구 등 생체해부 없이도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공존에 대한 감수성을 함양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책무가 막중한 정부가 생명윤리는 뒷전인 채 오히려 미성년자 해부실습 논란의 중심에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또한 미성년자 동물해부 실습이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동물실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23조는 시행 주체의 자격을 두고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윤리적 취급과 과학적 사용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자’로 규정한다.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과연 이에 해당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 미성년자가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접하는 것은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이 크고, 그 자체로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세계적 추세에서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일찌감치 미성년자의 동물해부 실습을 금지한 국가가 다수 존재하고, 설령 시행한다 하더라도 실험동물 최소화 및 대체시험 확대 등의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 관련 규제개혁심사위원회를 24일 열고 미성년자 동물해부 실습 사안에 대해 학교 등 예외 적용 여부를 확정한다. 생명윤리와 학생들의 학습권 양 가치에 대한 균형적 허용점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 미래는 현재 한창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동물해부 실습을 통해 충격과 고통,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면 정책적 실패의 책임은 국가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국외 많은 국가들이 속속 미성년자의 동물해부 실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생명윤리 확보라는 청소년들의 인권 및 기본권적 가치가 학습권에 우선되고 있음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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