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는 현재 ‘다윗 전술’ 열풍

최경서 기자
noblesse_c@segyelocal.com | 2019-08-26 16:56:50
▲ 토트넘의 손흥민.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성경에 보면 왜소한 체격을 가진 ‘다윗’이라는 인물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거구의 ‘골리앗’을 무찌른 일화가 기록돼 있다. 당시 다윗은 청동·투구·칼과 같은 장비들은 고사하고 돌멩이 다섯 개만으로 골리앗을 상대했고, 그마저도 돌멩이 1개로 승부를 봤다.


현재 축구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종종 연출되고 있다. 강팀 VS 약팀 경기는 누구나 강팀의 승리를 예측하는 경기로서, 약팀이 승리하거나 강팀이 승리해도 ‘진땀승’ 등으로 표현되는 등 강팀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지 못해 지금은 전처럼 강팀의 수월한 승리는 보기 힘들어졌다.

이처럼 강팀과 약팀이 정면승부를 하면 약팀이 질 수밖에 없는 게 이론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약팀들은 예상대로 나약하지 않고 결국 강팀을 격파할 수 있는 전술을 연구해냈으며 적응까지 마친 모습이다.

# 강팀 공략전술 있는 약팀 VS 약팀 공략전술 없는 강팀, 결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경우 지난 시즌 리그 1위부터 6위 즉, ‘빅6’팀 중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리버풀을 제외하면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쉽게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강팀들이 약팀에게 손쉽게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는 약팀들이 ‘청동·투구·칼’을 과감히 버리고 ‘돌멩이 1개’로 승부를 보는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팀들은 강팀을 상대할 때 비교적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고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이른바 ‘텐백’ 전술을 기반으로 나선다. 강팀이 골문을 두드리기 위해 라인을 깊게 끌어올린 상태에서 공의 소유권을 빼앗겼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원샷, 원킬’을 노리는 전술이다.

▲ 맨유의 마커스 래쉬포드.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점유율 71.4%를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고, 슛팅은 크리스탈 팰리스가 기록한 5개보다 4배 이상 많은 22개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맨유의 1-2 패배였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약팀을 공략할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뉴캐슬을 상대로 무려 79.8%의 점유율을 가져갔고, 슛팅 역시 17개로 뉴캐슬의 8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0-1 패배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상대팀의 입장에서 제 아무리 약팀이라고 해도 작정하고 텐백으로 나선다면 골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돌파할 공간이나 패스할 공간, 심지어 슈팅할 공간도 전혀 내주지 않는다. 보통 수비 지역에 4명에서 5명 정도가 포진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강팀들은 이 부분을 공략할 전략·전술을 기필코 찾아내야 한다. 전력 차이만으로 좋은 성적을 노리는 시대는 지났다.

# 승점 평등시대의 도래

현재 EPL의 순위표가 매우 특이하다. 리그 5위부터 14위가 모두 승점 4점을 기록한 채 골득실에 따라 순위가 배치됐다. 강팀이 약팀에 발목을 잡히고 강팀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 약팀이 약팀에 발목을 잡히는 등 물레방아식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제 개막하고 막 3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이지만 이처럼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동일한 승점을 기록한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맨유가 5위를 기록하고 첼시가 13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 아니라 사실상 맨유와 첼시의 형편은 동일한 셈이 된다.

이처럼 이제 강팀과 약팀의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상 현대축구의 모습이다.

▲ 지난 토트넘과 뉴캐슬전의 경기장 전광판 모습. (사진=EPL 공식 홈페이지)

# ‘맨유·토트넘·첼시·아스날’의 숙제

현재 빅6 중에서 별다른 걱정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팀은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뿐이다. 나머지 팀들이 우승경쟁을 펼치려면 위의 두 팀처럼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는 잡고 가야 한다.

지난 시즌 1위를 기록한 맨시티와 2위를 기록한 리버풀의 승점 차이는 1점으로 리그 최종전까지 결판이 나지 않았을 만큼 팽팽한 우승 경쟁 구도를 이뤘다.

그러나 리그 3위 첼시와의 승점 차는 무려 25점을 넘어간다. 우승 경쟁팀과의 차이라고 볼 수 없는 수치다.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를 놓쳤느냐, 안 놓쳤느냐 차이로 이같은  큰 격차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무작정 점유율을 늘리고 압도적인 슛팅 횟수를 가져가는 것이 아닌 더욱 효율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약팀이 문을 잠굴 경우 강팀이 정신없이 두드린다는 것은 이미 약팀이 예상하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벽에 하루종일 돌을 던져봤자 결국 힘만 빠지고 시간만 버릴 뿐이다. 악팀이 사전에 강팀을 상대할 대책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왔듯이 강팀도 약팀의 방어태세를 뚫을 대책을 미리 구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어떤 전략·전술의 등장으로 인해 현대축구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다시 한 번 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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