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주민· 학부모 화합”…축구동호회 ‘24년 세월’ 사라지나

역곡초등학교장 “민원에 불가피”…내용증명 보내 계약 파기 ‘씁쓸’
유영재 기자
jae-63@hanmail.net | 2019-11-12 22:30:59
▲ 학교에서 흡연·음주 등의 행위가 발생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월 전달된 공문.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유영재 기자]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는 ‘벌응절’이란 축구동호회가 있다.


'벌응절리'와 '사래리'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생겨난 마을로서, '사래리'는 임진왜란 3년 전에 경기도 광주군에 살던 선비가 현재의 역곡2동에 정착하면서 '선비가 온 마을(士來里)'로 불리워졌다. 

 

'벌응절리'는 산모퉁이에 우뚝 내어지는 산등성이 중간 아래 능선 밭을 표시하는 지명이며, 예전에는 전 지역 80~90% 이상이 산림화로 농민이나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던 곳이었다.

 

▲ 첫 공문 사흘 후 학교에서 다시 보내온 공문 내용. 첫 번째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벌응절’ 이름의 축구동호회는 휴일이면 날씨에 상관없이 역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건강과 유대를 위해 축구를 하면서 체력과 유대감을 키워왔다.

초창기 때는 운동장에는 고운 흙(마사토)이 없이 굵은 모래 또는 큰 돌이 많이 뒹굴고 있어서 어린 학생들이 놀면서 다칠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서 휴일에 동호회원들이 솔선수범으로 리어카를 가져와서 돌 등의 장애물들을 치웠다.

이밖에도 수로에는 빗물에 쓸려온 모래가 가득 차 있어서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운동장으로 넘치곤 했다. 이에 모든 회원들이 삽을 들고 긴 수로의 모래 등을 깨끗히 정리했다.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학교에서 두차례의 공문을 보내온 이후 공문 내용대로 이행 하고 있는 가운데 돌연 운동장 장기 사용 계약 해지 내용증명서가 전달됐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도 움푹 파인 곳이 여러군데 있을 정도로 면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해 축구동호회에서 24톤 트럭10대 정도의 마사토를 구입해 운동장 평탄작업을 했다.
 


이러한 여러 작업을 거쳐서 현재는 비가 내려도 물이 잘 빠지고 모래도 부드러워 어린 학생들이 놀다가 넘어지더라도 크게 다칠 염려가 없을 정도로 운동장 상태가 좋아졌다.

▲ 역곡초등학교 전경. 

 

이런 운동장에서 기분좋게 축구를 끝내고 나서 동호회원들 몇 명은 사기진작 차원에서 운동장 가장자리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단합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6년 12월 학교 안에서 음주·흡연·취사를 불허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 돼 학교 운동장에서 일체의 흡연·음주·취사를 못하게 됐다.

학교의 금연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4항에 '시설의 관리자가 해당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을 지정해야 하며,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과태료)에 의거 절대금연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 축구동호인들이 휴일이면 빠지지 않고 땀 흘리며 운동으로 추억을 쌓은 운동장 모습.

 

축구동호회는 이와 관련해 학교장으로부터 지난달 21일 '운동장 장기사용이행관련촉구'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이 공문은 '축구동호인들이 교내에서 흡연·음주·화기사용·음식물조리 등 재발 될 경우 이용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모든 동호회원들은 공문을 받은 후부터 교내에서 음주·흡연 행위 등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장은 지난달 24일 '부천역곡초 시설개방 및 사용에 관한 안내' 제목의 공문을 축구동호회에 추가로 발송했다.

내용은 역시 흡연·음주 행위 금지 등 처음 공문과 비슷한 가운데 운동장 이용 계약을 1년에 한 번 하던 것을 2월과 8월 반기별로 변경한다는 것이 추가됐다.

당시 회원들은 흡연·음주 행위는 교내에서 일절 하지 않았으며, 기타 행동들도 학교장 공문 내용에 맞춰 이행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학교장은 지난 4일 축구동호회장에게 '운동장 장기사용계약해지통보' 내용증명서를 일방적으로 보내왔다.

이에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처음 학교장 공문을 받았을 때부터 학교에서 요청한 내용을 이행했으며, 지금도 준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용계약해지라니 이해가 안된다”며 “이는 마치 학교장이 ‘갑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기분이 든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축구동호회 집행부가 학교장과 행정실장을 만나 상황 설명을 했지만 “교내에서 축구동호회원들의 흡연·음주 행위 등을 본 한 민원인이 부천시교육청·경기도 교육청·국민신문고 심지어 청와대에 민원을 넣는 등 항의를 하기에 해지가 불가피하다”며 “계약 유지 및 연장은 도저히 안된다” 는 답변을 했다. 

축구동호회원들은 “민원인 때문에 강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면서 “민원이 발생됐다고 해도 학교장의 첫 공문 이후 축구동호회는 흡연·음주 등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기에 지역주민들에게 운동장을 개방하는 것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원인에게 상황설명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은 ‘안일주의’로 하루하루 무탈하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뿐인가”라며 학교장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문상모 서울시의회 의원은 “세금이 들어간 공공재인 학교체육시설물은 시민에 마땅히 개방돼야 한다”며 “체육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상 불이익을 적용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2011년 4월 창립16회 때 인근 축구동호팀들과 시합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인천광역시 도성훈 교육감은 “학교시설 개방은 자치단체와 협치를 중점으로 두는 사업”이라며 “올바른 기준을 만들어 학교와 지역주민이 함께 나누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축구동호회원들은 “일방적으로 운동장 사용해지를 하면 어디서 운동을 하라는 말인가”라며 “우리는 공문내용대로 철저히 이행하고 있었는데 왜 해지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꼭 해지를 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이라도 기간을 주고 하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역곡초등학교 행정실장과 학교장은 올해 인사발령으로 3월과 8월에 각각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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