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못 가 죄송합니다"… 대구서 코로나19 기부 행렬 줄이어

김덕용
kimdy@segye.com | 2020-05-05 17:15:14

“제가 직접 못 가서 죄송합니다.” 
 
지난 2월 26일 의사인 손창용(54)씨는 대구시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가 끝난 뒤 의사회 후원 계좌엔 300만원이 입금됐다. 손씨의 지난 1월 수입 대부분이었다. 그는 대구에서 20년째 화상 환자를 진료해왔다. 당시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늘자 손씨도 의료 봉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심장병 탓에 나설 수 없어 대신 의사회에 돈을 보냈다. 손씨는 “동료 의사들의 고생을 차마 두고 보기 힘들다. 마스크나 보호 장비 구입 비용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5일 대구적십자사에 따르면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남성도 최근 적십자에 익명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져 하루 3~4테이블 손님을 받을때도 있지만 돈은 나중에 또 벌면 된다. 적십자 대책본부에 전달돼 따뜻한 라면이라도 드시라”는 내용의 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조현우 일병. 조 일병 제공
육군 일병이 월급을 모아 코로나19 극복에 써 달라며 고향 지자체에 기부했다. 대구 달서구에 따르면 경기도 모 부대에 복무하는 조현우(28) 일병이 최근 코로나19 성금 187만6440원을 보내왔다. 지난해 10월 입대 후 지금까지 모은 5개월치 월급이다. 달서구에서 나고 자란 조 일병은 대건고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처음엔 별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시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모님과 형 2명 등 가족이 사는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매일 가슴을 졸이며 지냈다. 조 일병은 “고향 대구에 가서 화상 치료도 다시 하고 무엇보다 당장 달려가서 뭐든 돕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정문에는 택배기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수기와 커피를 비치했다. 대구 수성구 지역에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 A(50)씨는 “택배기사 경력 20년에 이렇게까지 일이 몰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하루 평균 배송이 기존에 200건 정도였다면 지난 3월부터는 2배 가까이 늘어 하루 350~400건에 달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할 경우 물품 하나를 배달하는데 2분 남짓 걸리는 셈이다.
 
택배 배송이 많지 않던 생필품 물량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잘 없었던 물과 라면, 마스크 등의 배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대면 접촉을 꺼리고 있지만, 전화나 문자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며 “택배 주문자들 가운데 ’문 앞에 음료수를 놔뒀으니 드시고 힘내시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고마워했다.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보낸 응원 메시지.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소방관들을 위해 써 달라며 마스크 4000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소방서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마스크를 보내온 것이다. 이 독지가는 “소방관들이 건강해야 시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에 써 달라”며 이름 밝히기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만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접 물자를 지원해줘 고맙고,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깊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어린이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물품 기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동구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천민지(5)양이 어머니와 함께 평소 100원씩 모아온 용돈 1만7000원과 마스크 10개를 동구 효목2동 행정복지센터에 건냈다. 민지 양은 “코로나19 조심하세요. 어려운 사람들 꼭 도와주세요. 파이팅!”라고 적힌 서툰 글씨로 쓴 정성스런 손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동구 불로동 초등학교 6학년 김예솔 학생은 이웃을 위해 힘들게 모은 마스크 50개와 응원 메시지를 구청에 보냈다.
 
동구 봉무동 초등학교 1학년 이채윤 어린이도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부모님이 주신 칭찬스티커를 모아 받은 용돈으로 구입한 휴대용 손 소독제(60㎖) 24개를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 동구 불로봉무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오후 대구시 북구 대구칠성시장에서 201특공여단 장병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 상인들도 지난 3월 29일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구의료원에 도시락 200인분을 보냈다. 상인 김수찬(40)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루 수입이 전혀 없지만 앞으로도 최소 다섯 번은 도시락을 보내겠다”며 “대구시민들이 그간 상인들을 도와줬듯 우리도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돌려주겠다”고 했다.
 
대구 북구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한 주민이 북구 구암동행정복지센터에 면 마스크 120장을 기부했다. 이 시민은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정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며 딸과 함께 마스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바쁜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삶은 달걀과 손편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대구 돕기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는 최근 대구에 전달해 달라며 의료용 마스크 10만장과 일회용 마스크 40만 장을 대한적십자사에 보냈다. 중국·홍콩 한인회에서도 마스크와 방호복 등 물품을 대구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외교 당국에 전했다. 미국 한인유학생회 등 해외단체에서도 성금 모금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유명인, 기업체, 공공기관 등 각지에서 보내주는 따뜻한 손길이 지역의 코로나19 극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구=김덕용 기자=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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