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소방본부장 "묵묵히 소임 다하는 119대원들 자랑스러워"

송민섭
stsong@segye.com | 2020-05-08 03:00:00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구에서만 하루 740여명 나왔을 때니까 전쟁통과 다름없는 비상 상황이었죠. 확진자 한 분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저도 현장에 나가 다른 대원들과 함께 5시간 넘게 설득을 했죠. 남편분과 함께 격리치료 받는 것을 조건으로 대구의료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나니 새벽 2시30분이 넘었더라고요.”

대구소방안전본부 이지만 본부장(왼쪽)이 소방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대구소방안전본부 이지만(59) 본부장은 지난 3월8일 해프닝(?)을 생각하면 지금도 헛웃음이 나온다. 대구소방본부는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및 의심환자 이송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기로 한 60대 경증 환자가 센터 앞에 도착해서는 갑자기 입소를 거부했다.
 
대구소방본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이 환자를 대구의료원에 강제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환자는 간호사 마스크를 벗기는 등 격리병실 입원을 완강하게 저항했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이 본부장은 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수소문 끝에 남편분을 모셔와 부부가 함께 입원하는 조건으로 격리병실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며 “지난 100여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된 지난 1월27일부터 가동하고 있는 위기대응지원본부의 지난 100일 간의 활동을 정리해 발표했다. 소방청은 보건당국과 협의해 전국 344개 감염병 전담구급대를 꾸려 코로나19 관련자 이송 업무를 지원했다. 지난 5일까지 확진자 9794명, 의심환자 2만2113명 등 3만3064명을 이송했다. 또 2만6942건의 응급의료상담을 벌였다.
이지만 본부장 말을 들어보면 119구급대의 코로나19 환자 이송은 일반 구급업무와는 천지차이다. 이 본부장은 “확진자의 병원 이송은 물론 생활치료센터, 다른 지역으로의 전원을 모두 저희가 맡았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신호탄이었던) 31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8536명을 이송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송 업무시 본부장으로서 가장 불안하고 두려웠던 것은 대원들이 2차 감염되는 것”이라며 “특히 동원령 1, 2호로 전국에서 달려온 119구급대원 수백명이 두류정수장에 집결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집결지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환자 인계 후 소독 및 방호복 등 폐기, 이송차량 내외부에 대한 꼼꼼한 소독, 8개 감염관리실에서의 최종 소독 등 3단계에 걸쳐 방역 조치를 취했다”며 “코로나19 이송 업무를 담당한 구급대원 중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심장이 덜컥했던 순간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경남 창원 국립마산병원으로 중증환자 이송 업무를 맡은 구급대원이 환자 인계 후 도착할 시간이 한참 넘었는데도 도착하지 않아 사고라도 났을까봐 마음을 졸였다”며 “순찰차를 보내야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새벽 4시쯤 겨우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 보니 대원이 오는길에 너무 졸려 휴게소 주차장에서 잠깐 쉰다는 게 그냥 잠들어버렸던 것”이라며 “사고가 안났다는 사실에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다”고 했다.
 
대구 지역 119구급대를 진두지휘하는 이 본부장 입장에서 대원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운 때는 그때만이 아니다. 이 본부장은 “장거리 환자 이송 업무는 더 피곤한 데다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한) 기저귀까지 소지해야 해서 대원들이 꺼리는 편”이라며 “순번대로 돌리는 것이 좀 그래서 단톡방에 장거리 이송 업무를 맡을 자원자 모집 글을 올렸더니 2, 3분 이내 ‘제가 가겠습니다’는 대원들 글이 속속 올라와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숨은 영웅들’은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한 대구 시민들에게 사태 진정의 공을 돌렸다. 이 본부장은 “지난 100여일 간 대구 시민분들이 가장 힘들었을텐데 소방안전본부에 고생한다며 응원 편지나 격려 물품이 답지한다”며 “그간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국가 감염병 사태로 지금 당장은 아프고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이번에 쌓은 경험과 노하우, 신뢰가 앞으로의 효과적인 재난 대응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구급대원들.
지난 3월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대구에서 구급활동을 벌인 대전소방본부 대덕소방서 소속 임재만 구급대원도 같은 생각이다. 임 대원은 “(대구 파견근무 도중) 신호대기할 때 뒷자리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몸상태는 어떠세요? 환자분이 차분하게 따라주셔서 힘들지 않게 일하고 있습니다’고 위로하면 대부분 ‘멀리까지 오셔서 수고가 많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오히려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시기·지역에 환자가 집중되면서 혼란스러워할만한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당황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며 “여전히 수고하고 있을 대구소방본부 대원들을 생각하면 나 역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이 진정한 영웅입니다’는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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