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들어오고 해양놀이터 서고… “우리 어촌이 달라졌어요” [이슈 속으로]

‘어촌 뉴딜 300’ 순항 중

쇠퇴한 항과 포구 다시 활기
전국 300곳 설정 1개소 100억씩 지원
기존 시설 현대화하고 콘텐츠 차별화
만재도엔 320년 만에 선박 곧장 접안
서산 중앙항, 선착장 정비로 조업 늘어

남은 과제·문제점 뭔가
사업변경 잦고 주민들 동의·참여 부족
청년활동가 부족 자체 발굴·기획 한계
유지관리 비용은 주민들 스스로 부담
상황따라 시·군·구비 지원 방안도 필요
강승훈
shkang@segye.com | 2022-01-23 09:21:29

신안군 제공
어촌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비상이다. 1980년 72만명을 넘어섰던 어가인구는 1990년 49만6100명, 2000년 25만1300명, 2010년 17만1200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었다. 급기야 2018년 11만6900명에서 2020년 9만8000명으로 10만명선이 무너졌다. 어가 인구뿐만이 아니다. 어촌지역 고령화율은 일반 평균보다 2∼3배 높다. 전체 어가인구 2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고 20∼30대는 10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하다.

어촌의 급격한 고령화는 교육·의료·편의 등 기본적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생활 인프라와 정주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어촌은 살기 힘든 곳이란 인식이 굳어졌다.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생활 서비스 접근 시간은 의료 89.5분, 교통 54.8분, 판매 34.2분, 교육 12.9분 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질적인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 대책으로 내놓은 게 ‘어촌뉴딜 300사업’이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어촌뉴딜은 기존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보유한 핵심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국에서 300개 항·포구를 선정해 1개소에 100억원씩 3조원(국비 2조1000억원, 지방비 9000억원)을 들여 현지 특성에 맞게 개발해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방문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린다.

◆신안군 만재도 320년 만에 여객선 접안

21일 해수부에 따르면 어촌뉴딜 300 지원 대상지는 모두 확정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70곳, 2020년 120곳, 2021년 60곳에 올해 50곳이 추가됐다. 어촌뉴딜은 2019년 1차 연도 일정이 동시다발로 시작돼 순항 중이다. 전남도가 98개소로 가장 많고 경남도 57개소, 충남도 33개소, 경북도 24개소 등이다. 지난해 4월 22일 최초 공정을 마친 전남 신안군 만재항에 이어 8월 충남 태안군 가의도북항, 9월 인천 강화군 후포항 등이 쇠퇴한 이미지를 벗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달에는 태안 가경주항, 경북 경주 수렴항, 신안 암태면 생낌항 3곳이 순차적으로 준공됐다.
이 중 만재도는 흑산도에서 45㎞ 떨어진 외딴섬이다. 1996년에 들어서 전기가 공급됐고, 스마트폰은 2010년부터 원활한 사용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여객선을 직접 댈 수 있는 시설도 없어 섬 인근 해상에서 타고온 대형선 대신 작은 선박으로 갈아타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사업비 77억3600만원을 투입해 40m 접안시설 및 경사식 선착장 정비, 쓰레기 집하장과 어구 보관창고를 설치했다.

특히 접안시설은 만재도 주민들의 평생 숙원이었다. 이 섬에 사람이 들어온 1700년대 이후 약 320년 만에 선박이 곧장 접안하는 감격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목포에서 출항한 배가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태도, 가거도 등을 거쳐 5시간40분 걸리던 운항시간은 직항노선이 생겨 2시간10분으로 줄었다. 

경기 화성시 백미항은 2013년까지만 해도 연간 13만명의 발길이 이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후 재방문율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간단한 편의시설조차 없는 탓이라고 인천연구원은 지적했다. 해당 지자체는 어촌뉴딜을 통해 휴게실, 수변 산책로, 민박 등 여객 복합공간이 들어서 다시 가고 싶은 마을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경북 포항 신창2리항은 해양생태놀이터를 갖추고 돌미역 가공센터도 신축할 방침이다. 관광객에게 돌미역을 팔아 부가적인 소득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급한 경사로 배가 접안할 때 선박 하부가 손상되고 안전상 우려들이 항상 있었던 경남 통영시 가오치항의 선착장도 개선된다. 노후화된 대합실의 경우 다목적 웰컴센터로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충남 서산시 중왕항은 폭이 좁고 높이가 낮아 만조 때 물에 잠기던 선착장을 정비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썰물 때 불가능했던 조업 시간이 4시간가량 늘어나 어업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촉박한 일정 탄력적 적용을”… 사후관리는 어떻게

해수부는 어촌뉴딜 프로젝트로 우리 어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의 현황 진단과 주민·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맞춤형 특화 모델 발굴도 진행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활발한 어업활동에 더해 해상교통 이용이 편리해져 주민들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소득은 늘어나고 관광 활성화됨에 따라 과거 북적했던 마을로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진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어촌뉴딜 사업은 초반 기초자치단체가 주도하기 때문에 주민들 동의나 참여가 미진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사업 내용이나 방향을 둘러싼 주민들 반발이 일어날 수 있고 무관심까지 부추긴다. 또 기본계획 수립 시 사업 규모의 축소와 변경이 잦았다. 옹진군 야달항 부잔교가 대표적 예다. 항내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부잔교 설치가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밑그림에 넣었다가 제외시켰다.

김운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관이 주도한 내용 위주로 제안서가 작성돼 공모와 기본계획의 변경 사항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공통적으로 현지 고령화와 청년 활동가의 부족 등으로 지역협의체에서 현안을 자체 발굴하고 기획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국에서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뛰어든 지자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추진 단계에서는 까다롭고 복잡한 각종 인허가 절차로 사업기간이 부족한 현상이 다수 나타났다. 부산시 대항항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예산 집행이 중단됐다. 전남 완도군 솔지항은 방파제 선형 변경 및 부잔교 재원 결정 등 민원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공모에서 준공까지 3개년에 걸쳐 시행하는 데 사전행정 절차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며 “이로 인해 공기 지연은 불가피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율할 수 있는 유연성마저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종적으로 어항기반 시설물의 소관이 지자체로 이관된 이후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어느 기관이나 단체가 주체적으로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그 재원은 어디에서 충당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효율적인 운영 차원에서 시설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인 또는 전문기관 위탁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마을이나 주민 스스로 부담하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때 시·군·구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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