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에탄올 화로, 안전 기준도 없이 판매 중…화재 위험 커

정지혜
wisdom@segye.com | 2022-05-04 15:14:52

지난 1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에탄올 화로 취급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해 구조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청 제공
캠핑을 하거나 집에서 불꽃을 보며 휴식하는 ‘불멍’을 즐기는 데 사용되는 에탄올 화로가 국내에서는 관련 안전기준 없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위험이 생각보다 커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4일 한국소비자원과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과 소방청에 에탄올 화로로 인한 화재가 총 13건 접수됐다. 에탄올 화로 화재로 인해 15명이 다치고, 5000만원 이상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는 연소 중인 에탄올 화로에 에탄올을 보충하던 중 에탄올 증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하거나 화로 사용 중 불이 사용자 옷에 옮겨붙으며 일어났다. 에탄올 화로를 사용하기 위해 라이터를 켠 순간 유증기 등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장식용 에탄올 화로 7종을 조사한 결과 표면 온도는 최고 293도까지 올라갔고, 불꽃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부 표면온도는 175.5도에 달하는 등 화상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사진 표면에서 에탄올 화로의 연료가 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제품을 사용하다가 충격 등으로 넘어질 경우를 가정해 시험한 결과 에탄올 연료가 누출돼 해당 경로를 따라 불길이 확산하는 등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에탄올 불꽃은 밝은 곳에서 사용할 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불꽃이 없는 것으로 오인, 연료를 보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불꽃이 에탄올을 타고 올라와 폭발할 수 있다.
 
에탄올 화로의 인기는 높은데 국내에는 에탄올 화로 관련 안전기준조차 없다. 관련 기준이 있는 호주의 제품 규격 기준을 준용해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제품 7종 모두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다. 7종 가운데 6개 제품은 에탄올 화로 불꽃이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 제품은 화재나 화상 관련 주의사항을 외국어로만 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업체에 제품 외관과 사용 설명서에 화재·화상 등에 대한 주의사항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기할 것과 전용 소화 도구를 제공할 것 등을 권고했다. 관련 부처에는 에탄올 화로의 제품 규격과 안전성, 주의·표시사항 등 안전기준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불꽃이 있을 때는 연료를 보충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화상이나 전도(넘어짐) 가능성을 고려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 등을 당부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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