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정국가 의존도 높은 품목 수입처 다변화 절실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11-08 07:33:29
화물차 등 디젤 엔진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가 품귀를 빚으며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주 전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데 기인한다. 10ℓ당 1만원 아래였던 요소수가 온라인에선 10배 이상 가격에 거래된다. 그나마도 이달 말이면 재고가 바닥나 웃돈을 줘도 못 구하는 최악 상황이 예상된다.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철강 시멘트 화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산업현장의 연쇄 파급이 어느 정도일지도 두렵다. 화물차주는 패닉이고 주요 항구가 올 스톱 위기를 맞고 있다. 요소수 하나에 경제와 물류망이 멈추고 농업·소방·구급까지 휘청거리는 기막힌 상황이다. 정부는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긴급 개최해 뒤늦게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 등에 돌입한 모양새다. 일단 정부는 부족한 요소수 물량 확보를 위해 ‘해외 직구’를 추진한다. 우선 이번 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대비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조치'로 사실상 수출을 금지시키면서 '요소수 대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공급망 관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올해 1~9월 수입된 국내 산업용 요소의 97.6%는 중국산이었다. 중국에 절대적으로 편중된 실정에서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습이 딱하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여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 규제로 인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망 리스크를 체감했음에도 불구, 공급망 구멍에 따른 위기가 다시 한 번 빚어졌단 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동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백 가지 품목들에 대한 전략 물자화, 인센티브 정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뒷받침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1.3%(3941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를 넘었다.
따라서 일단 이번 사태를 넘기더라도 비슷한 위기가 또 닥칠 수 있는 만큼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품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국내 요소 생산설비 확보방안과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와 기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통관 절차를 요청하는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수입 대체에 따른 초과비용과 물류비 보전 등 지원도 요청된다.
아울러 특정국 생산의존 비중이 높은 품목을 조사·선정해 수급불안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수입 다변화에 난항을 겪는 등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산업은 물론 국민 생활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지니고 대처하길 바란다. 요소수 관련 업계도 매점매석뿐 아니라 담합에 따른 가격인상 등 불공정행위 등을 자제하고 공동체를 위해 나눠 쓰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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