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칼럼] ‘화천대유’, ‘천화동인’ 세상 어지럽히는 말들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0-19 07:53:01

▲민병식 칼럼니스트
세상사 사람에 달려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해도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가정, 기업, 국정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선출직은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하고, 임명직은 인사권자의 혜안이 요청되는 이유다.‘논어’ 안연편을 보자. 제자 번지가 공자에게 지(知)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스승의 답변은 명쾌하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
■올곧은 인재 발탁하는 게 순리
번지가 그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해하자 공자가 자상하게 설명한다. “올곧은 자를 뽑아 여러 생각이 바르지 않고 능력 없는 자들 위에 두면, 잘못된 자를 곧게 할 수 있다.”스승의 가르침을 전해들은 다른 제자가 탄복한다.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옛날에 순임금이 사람들 가운데서 고요를 선발해 쓰시니 어질지 못한 자들이 멀어졌다. 탕임금이 여러 사람 가운데 이윤을 선발해 쓰시니 불인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다.”
오늘 우리는 남명 조식을 그리워한다. 왜 우리는 수백년 전 인물인 그에게 답을 찾고자 하는가. 조선 선비를 대표하는 실천 유학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은 왕조시대에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본사상을 강조한 걸출한 사상가이다. 남명은 평생 관직에 나아간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산림처사라고 부른다. 그러면 남명 선생이 지금까지 이토록 회자되고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생은 평생 관직에 나아간 적이 없다. 그가 살다간 시기는 이른바 사화(士禍)의 시대,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극도의 정치적 혼란기였다. 그는 여는 선비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경의검이라는 칼과 성성자라는 방울을 차고 다녔는데, 칼에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라고 새기고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했다고 한다. 여기서 ‘경’은 내적 수양을 말하며 ‘의’는 외적 실천을 말한다. 즉,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고, 밖으로 결단하는 것은 ‘의(義)’라는 뜻이다. ‘성성자’라는 방울은 소리가 울릴 때마다 나태해지거나 교만해지는 자신을 깨우치게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고 '경의검'이라는 칼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불의를 칼로 자르듯 정의를 실천하려는 다짐이다.
남명 사상의 핵심은 배운 바를 실천하자는 거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선생이 처가인 김해에 살면서 왜구들의 노략질을 목격하고 임진왜란 발발 20여 년 전부터 제자들에게 병법을 가르쳤다. 이런 까닭에 남명의 제자 중에는 의병장이 많다. 그렇다. 목숨을 내걸고 왕에게 상소를 올려 국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강직함을 실천한 선생 밑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에 투신,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선 제자 들이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 남명 선생이 재평가 받는 이유는 그가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위한 우국충정과 백성을 위한 애민사상, 다양한 사상을 포용한 실천 유학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정신이다.
■남명선생 청렴 정신 본받아야
요즘 ‘화천대유’, ‘천화동인’ 같은 말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모두 부동산 등 물질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정치인 누가 연루됐느니 누구의 자녀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니, 누가 자문을 했고 변호사 자문료가 얼마니 하는 소식 들이 연일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도대체 경과 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입으로만 백성을 외치는 현대의 위정자 들을 선생께서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선생은 이론에 매몰된 학자들을 향해 '손으로는 빗자루 질 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론 하늘의 이치를 논한다'며 꾸짖었다. 우리의 현 모습은 어떠한가.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탄스러운 시대, 물질과 명예, 높은 지위와 특권의 욕심에 매몰된 현 시대의 위정자들이 선생의 민본주의와 실천사상을 백분의 일이라도 배우고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부터 청렴의 대명사인 청백리는 부당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지 않고 청빈한 삶을 누리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그래서인지 ‘청렴’을 단순히 개인의 윤리나 정의 차원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청렴 문화를 확산하고 부패를 막는 것은 개인의 도덕을 뛰어넘어 조직 차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 남명 선생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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