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저수지의 아이들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0-21 07:55:20
시인 장시백
저수지의 아이들
시인 장시백
십여 년 만에 찾아온 저수지에 철새가 난다한가운데 작은 섬을 빙빙 돌며 여자가 난다
마른 욕조에 갇힌 아이는 울다가또 울다가 목이 타올랐다헐거워진 수도꼭지에서는단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았다젖먹이를 업고 남자를 찾아 나섰던 여자는친정(親庭)도 시가(媤家)도 모두 잃고 돌아왔다아니 그런 건 애당초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오백원짜리 생수로 배를 채운 아이도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욕조보다 넓고, 파아란 그곳에 가면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했다
여자와 아이에게 파란 바다는 꿈같은 것이었을 뿐꿈꾸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저수지에 몸을 담갔다인연의 끈과 함께 아이들의 손을 놓아버린 여자는마른 욕조에 갇혀 밤마다 저수지의 물을 퍼내야만 했다퍼낼수록 차오르는 물속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고검붉은 물결이 가슴을 파고들어 온몸에서 철렁거렸다
저수지 한가운데 작은 섬을 빙빙 돌며 아이들이 난다엄마 아빠도 없는 그 섬엔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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