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형 범죄 수사 전문성 높인 공수처 기대한다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10-29 08:05:5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자료 수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게 사실이라면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건 기본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공수처는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의도된 듯한 여권의 ‘빨리빨리 강제 수사하라’ 주문에 소환 조사 없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례 없는 시도를 한 결과 영장 기각을 받아 들었다. 공수처의 한심한 행태는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수사가 덜 됐다는 지적이다. 출범부터 물음표가 붙은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하튼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공수처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 미비가 드러났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성명 불상자에게 문제의 고발장 작성을 시켰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다. 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고발장 원본 등의 물증은 확보하진 못했다고 한다. 맹탕 수사였음이 드러났다.
또한 사법은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해야만 법적 효력과 권위가 있게 마련이다. 한데 공수처는 ‘절차’ 에도 소홀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이후 사흘만인 23일 손 검사에 대한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 영장이 기각되고,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데도 이를 밀어 붙였다.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를 자임한 공수처 출범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잖아도 김진욱 공수처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 결여는 물론 학위 취득, 재산 및 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의혹 등을 받아왔다.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해직 교사 특별 채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공수처의 본분은 부패범죄와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다. 공수처가 더 굵직한 사건들을 놔두고 서울시교육청을 수사하겠다고 하자 전형적인 눈치 보기 수사로서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쓰고 있다’는 비아냥을 받아오던 터다. 공수처의 본령 회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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