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 기업의 ‘ESG’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09-06 08:10:30
근래 ‘ESG’가 화두다. ‘Environment·Social·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은 시대 조류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물론 현실적 제약요인도 작지 않다. 윤리경영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등 기업경영자 입장에서 선뜻 덤벼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은 대세
공기업을 보자. 정부는 매년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한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해 왔는지에 대한 성적표다. 윤리경영, 공정하고 균형적인 인사, 일자리 창출, 산업안전 등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한발 앞서 구현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천문학적 부채, 낙제 수준의 경영, 사내 복지 천국을 만든 도덕적 해이, 이를 견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낙하산’ 감사 등 공기업의 난맥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525조원(2019년)에 이르는 337개 공공기관 부채는 언젠가는 정부가 메꿔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라경제의 큰 복병이다. 게다가 공기업 경영평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마저 심각한 게 드러났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를 보자.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자료'에 따르면 132조원이 넘는 빚더미를 안고 있는 한전은 성적이 부진한 C학점을 받은 임직원 대학생 자녀들에게도 매학기 150만원을 지급을 포함해 지난해만 3620명에게 총 91억원을 지급한 건 대표적 도덕적 해이다. 그동안 국회가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에 대한 과도한 학자금 지원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소귀에 경 읽기’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이 시급하다. 정부는 강력한 공기업 구조조정이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무엇보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제가 있다. 공기업 평가에서 윤리경영 항목 배점을 높여 성과급 지급에 나서야 한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수도권 신도시 100억 원대 불법 토지 투기애서 드러났듯 윤리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종합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 1000억원 대 성과급을 받은 게 잘 말해주고 있다. 좀 더 피부에 닿으면서, 미래지향적인 공기업 개혁이 요청된다.
공공기관을 개혁해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 생산성·효율성 향상에 역점을 두는 일은 시급한 현안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노조의 반개혁적 태도다.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은 적자임에도 분에 넘치는 급여와 복지 혜택 등으로 적자 누적액을 키웠고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조 개혁 동참을
‘논어’는 이렇게 경책한다. “군자는 잘못된 원인과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으려 하는데, 소인은 반드시 남의 탓으로 덮어씌우려 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그렇다. 잘못의 원인을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면 반성하고 겸허하기에 다시는 잘못을 일으킬 까닭이 없지만, 책임을 남에게 돌리려는 측은 반성이 없기에 언제까지도 고쳐질 수 없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의 문제점이 노조에게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인사권자인 정부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낙하산인사’는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단지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는 이유 하나로 사장과 감사 등 요직에 배치되는 게 현실이다. ‘정통성’이 없는 이들이 노조와 밀약하고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엉뚱한 사업이나 포만감에 젖은 공공기관 노조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게 된다. 시대가 변했다.
공공기관도 민간기업 이상의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한다. ‘한비자’는 권유한다. “세상이 변하면 만사가 달라져야 한다(世異則事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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