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연의 법고창신] 부동산 ‘일확천금’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09-27 08:18:30

“모든 잘못된 전례가 계속되는 것은 힘써 바로잡아야 하고, 간혹 그중에서 개혁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나만은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凡謬例之沿襲者 刻意矯革 或其難革者 我則勿犯).”
청백리 다산 정약용 선생이 조선 후기 탐욕에 빠진 관료들을 향해 던진 경책이다. 요즘에도 곳곳에서 행해지는 부정부패는 식색(食色)을 탐하는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도덕성 해이다. 그 중심에 일부 공직자들과 물욕에 찌든 부도덕한 민간업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올곧은 공직자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부정부패는 줄일 수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청렴 수준을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나라에서 주는 봉급 이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만일 먹고 남는 게 있더라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돌아가는 한 필의 말만 남는 것이 참된 청렴한 공직자라고 했다. 그다음은 봉급 이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명분이 바르지 않는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집으로 보낸다. 가장 아래로는 이미 전례가 있는 것은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되 아직 전례가 되지 않은 것을 자신이 먼저 전례를 만들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국민들의 주거안정 업무를 기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경기 성남시 주도 대장동 개발에서 고구마 줄기 뽑히듯 새로운 비리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복마전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당장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월급 300만원 안팎을 받으며 6년을 일하다가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게 26일 드러났다. 충격적이다. 곽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문제는 어떻게 민간개발업자들이 ‘일확천금’을 쥘 수 있도록 당초 설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은 처음엔 공영개발로 추진되다가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영개발로 바뀌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영개발 대신 수천억 원의 지방채 발행을 통한 공영개발을 추진했지만 성남시의회의 반발로 무산되자, 2015년 절충안으로 민관합동 개발을 택했다.
이 지사의 결정으로 민관합동 사업을 시행할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설립됐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최대주주(50%)가 됐다. 하지만 성남의뜰 자산관리를 맡은 '화천대유'와 관계회사(천화동인 1~7호)가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자본금 50억 원 중 25억 원을 출자해 1822억 원을 배당받은 반면, 1%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6% 지분을 갖고 있는 천화동인이 각각 557억 원과 3463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한탕주의에 눈 먼 이들에 대해 사법당국은 끝까지 파헤쳐 누구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대장동 사건이 설립 취지에 합당한 만큼 엄정 수사에 나서길 촉구한다. 대법관 출신 등 법조계 고위직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어 모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퇴직한 판·검사도 공수처 수사대상이다. 검경, 공수처 모두 파사현정 차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조속히 풀어주길 기대한다.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만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 ‘논어’의 가르침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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