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연의 법고창신] 기시다 日 총리와 한·일관계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0-15 08:46:11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120여 년 전 구한말과 흡사하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육·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미·중 대결 틈바구니에서 옛 동유럽 맹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품위 있는 세계지도국의 위상 회복을 하겠지만, 무역과 북한 문제 등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기고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총리 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우경화 국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4대 각국을 대하기가 모두 힘든 상대이지만, 전쟁 범죄의 잘못을 인정 않는 일본의 부도덕함은 상식 이하여서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일제 잔학상으로 한반도에서, 중국대륙에서, 태평양 진주만에서, 저 남양군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가. 평화를 깬 일본인의 죄악사는 뿌리가 깊다. 멀리는 왜구에서부터 임진왜란이 그렇고, 근현대사에선 1894년 갑오전쟁(청일전쟁)을 일으켜 동아시아 전쟁의 서막을 열고, 태평양전쟁의 참극을 주도했다. 
문제는 자민당으로 대표되는 극우파들이 득세하면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등 과거사를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한국을 비롯해 전쟁 상흔이 깊게 팬 국가들에게 경제보복이 아닌 참회를 하는 게 도리다. 참회에도 때가 있다. 곧장 해야 한다. 불교 천수경은 “사람을 죽게 하는 등 큰 죄를 저질렀으면 당장 오늘 뉘우치고 사죄하라(殺生重罪今日懺悔)”고 가르친다. 그러지 않으면 ‘어리석고 캄캄해 밝음이 없는 커다란 어둠 속에 갇힌다(癡暗無明大明)’고 경책한다.
일본의 온건파 정치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제100대 총리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상이었다. 그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및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다. 한국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핵 대응을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 물론 일본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반성하는 게 도리다. 죄인의 악행은 지워지지 않기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악행에 대한 ‘장자’의 경고는 섬뜩할 정도다. “만약 선하지 못한 일을 해 세상에 이름을 떨친 자가 있다면, 사람은 그를 해치지 못하더라도 하늘이 죽이고 만다(若人作不善 得顯名者 人雖不害 天必戮之).” 일본의 반성의 토대 위에 21세기 한·일 신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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