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강의 땅따라 물따라] 진산(鎭山)과 주산(主山)은 어떻게 다른가?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08-05 08:52:32
흔히 자기가 사는 고장의 진산을 물어보면 정확히 답변하는 사람이 드물다. 산을 좋아한 등산객도 진산을 자주 언급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말한 사람은 거의 없다. 민속학자, 지리학자, 풍수전문가 등 용어 개념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조선말 이전에는 진산이라는 용어 사용이 높았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념의 가치가 점점 쇠퇴해 진산과 주산을 혼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산과 주산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진산은 신(神)의 위쪽에 계신다는 관념 때문에 산상에 계신 신이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조선풍수》에 따르면 진산이란 양기를 진호(鎭護)하는 산이라 뜻으로 집단 양기(陽基)를 정할 진산을 삼아 제례를 지냈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산천편’에 따르면 진산은 토속신앙에 가까워 신에 대한 고유제례가 있었다고 했다.
주산은 일반적으로 혈(穴)의 뒤에 위치해 중심축이 돼주는 산을 말하는데, 조선시대 주산 개념 논쟁이 많았지만 정립하지 못하고, 1464년에 세조 때 최연원(崔演元) 국풍이 올린 상소에서 《명산보감(明山寶鑑)》을 인용해 이르기를 “뾰족한 봉오리를 일으켜 현무를 정하니, 이것이 진용(眞龍)이면 주산”이고, 또 《감룡경(撼龍經)》을 인용해 이르기를 “높은 봉(高峰)이 있으면 이것이 현무(玄武)이니, 현무가 떨어지는 곳에 사신(四神)이 모이는 것이라고 해 오늘날 주산의 개념과 거의 가깝다.
진산과 주산 관계는 사장과 주인 관계로서 사장이 주인보다 큰 부분집합 개념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예컨대, 삼각산(三角山)은 서울 북쪽의 있는 명산으로 최고봉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높은 세 봉우리가 뿔처럼 높이 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 한양을 진호한 산이라 하여 진산이라 했으며 제사를 지냈다.
지금 청와대를 지켜주고 있는 북악산이 진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주산이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강화도 고려산이 개경을 진호한다 해 고려산이 진산이라 했고, 《지방향토지》에 광주의 진산은 무등산이며, 대구의 진산은 팔공산이지만, 주산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신라 경주는 대부분의 사람이 토함산이 진산으로 알고 있지만, 낭산(狼山)이 진산이며, 백제 부여 진산은 부소산이다.
《사기(史記)》 ‘몽염열전’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중국 시황제가 죽은 후 승상 이사(李斯)와 환관 조고가 정권을 찬탈하고, 몽염을 죽였다. 몽염은 죽기 전에 “만리장성의 축조 때 많은 지맥을 손상시킨 결과”라며 자신의 죄과로 인정하며 죽었다. 또 명나라 지원군 이여송(李如松)이 조선의 인재를 막기 위해 주산으로 이어진 지맥을 손상시켰고, 일본 또한 한국 진산, 주산에 쇠말뚝을 박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풍수적 침략이 심했던 것은 땅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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