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수저는 금수저’, ‘흙수저는 흙수저’?
온라인뉴스팀
news@segyelocal.com | 2021-11-24 08:54:04
한국사회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0.6%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인 2년 전(64.9%)과 비교하면 비율은 4.3%p 하락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른바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이동하기 힘들다고 비관적 전망을 한 것이다. 사실 소득격차는 경기 불황이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년 가까운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문구는 평등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한국의 관리자 자녀는 절반이 관리자가 되고, 육체노동자 자녀는 25%만 관리자가 된다는 OECD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직업 이동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청년 및 여성이 고용시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 때문이라고 진단한 보고서가 주목된다. 최하위 계층의 낮은 이동성은 노동시장 이중성이 주된 이유이다. 비정규직 급여는 정규직보다 낮고 고령자는 이른 나이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직한 후 비정규직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소득 가구로 이동하는데 5세대가 걸려 OECD 평균(4.5세대)보다 길게 나타났다. 상위 10퍼센트가 부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높은 비율이다. '20대 80의 사회'는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이제 '1대 99의 사회'다. ‘금수저는 대를 이어 금수저’이고 ‘흙수저는 대를 이어 흙수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희망 잃은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 능력에 따라 자녀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 사회’가 등장하면 능력에 따른 자유로운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지게 된다. 계층 상승의 주요 통로가 되는 교육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균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마저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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