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언니의 이불
황종택
resembletree@naver.com | 2021-10-28 09:24:36
시인 김병기
마실갔던 엄마가 허겁지겁 맨발로 달려온다.그리고는 가쁜 숨 내쉬며 고함친다.“이노무 가시나야! 언능 빨래 안 걷고 뭐하노!”내가 미처 신발도 신기 전에장대비 쏴아 하고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엄마는 바지랑대 붙잡고 하소연 해댄다.“하나님! 제발 좀만 참아 주세이.”무정한 빗방울은 더욱 세차게 쏟아진다.언니의 이불은 비바람에 이리저리 펄떡거리고엄마의 짙게 패인 주름살도 자꾸만 깊어 간다.
엄마는 언니 이불 걷다 말고 혼자 중얼거린다.“이노무 비는 계속 내릴 모양인갑네. 어이구, 우짜면 좋노. 내일이 너거 언니 결혼식인데…….“다 젖은 맨발로 터벅터벅 걷다말고 날 힐끔 쳐다본다.
“이노무 가시나는 그새 이불 안 걷고 뭐 하노?”나는 후다닥 작은 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근다.두근거리는 가슴 쓸어내리며 창호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본다.
엄마의 푹 꺼진 두 눈엔 희미하게 호롱불이 스쳐간다.“이를 어찌할꼬, 이를 어찌할꼬.”
바지랑대가 휘청휘청 비바람에 걸리었다.언니 이불은 비바람에 팔딱이며 미친 춤을 춰대고엄마의 야윈 볼위로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언니의 이불
시인 김병기
바지랑대가 휘청휘청 걸리었다.언니 이불이랑 옷가지들이 팔딱거리며 춤을 춰대고먼 산 구름 잔뜩 몰려오더니 후드득 비가 떨어진다.
마실갔던 엄마가 허겁지겁 맨발로 달려온다.그리고는 가쁜 숨 내쉬며 고함친다.“이노무 가시나야! 언능 빨래 안 걷고 뭐하노!”내가 미처 신발도 신기 전에장대비 쏴아 하고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엄마는 바지랑대 붙잡고 하소연 해댄다.“하나님! 제발 좀만 참아 주세이.”무정한 빗방울은 더욱 세차게 쏟아진다.언니의 이불은 비바람에 이리저리 펄떡거리고엄마의 짙게 패인 주름살도 자꾸만 깊어 간다.
엄마는 언니 이불 걷다 말고 혼자 중얼거린다.“이노무 비는 계속 내릴 모양인갑네. 어이구, 우짜면 좋노. 내일이 너거 언니 결혼식인데…….“다 젖은 맨발로 터벅터벅 걷다말고 날 힐끔 쳐다본다.
“이노무 가시나는 그새 이불 안 걷고 뭐 하노?”나는 후다닥 작은 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근다.두근거리는 가슴 쓸어내리며 창호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본다.
엄마의 푹 꺼진 두 눈엔 희미하게 호롱불이 스쳐간다.“이를 어찌할꼬, 이를 어찌할꼬.”
바지랑대가 휘청휘청 비바람에 걸리었다.언니 이불은 비바람에 팔딱이며 미친 춤을 춰대고엄마의 야윈 볼위로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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